“李후보 청문회 통해 결국 터져” 볼멘소리

“영수증도 받지 않았고, 증빙서류도 폐기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헌재 경리담당 사무관의 ‘특수업무경비=쌈짓돈’ 폭탄발언에 법원과 사정기관이 비상걸렸다. 그동안 검증 없이 무개념으로 월 400만~500만원씩 써 왔던 특수업무경비의 영수증을 어떻게 꿰맞출지 고심하고 있는 것. 헌재에서는 이 후보자 때문에 도매금으로 망신을 당하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특정업무경비는 검찰ㆍ경찰 등 사정기관이 주로 쓰는 예산이다. 각 기관의 수사와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를 뜻한다. 장기 수사나 조사 때 자료수집과 교통비 등의 비용을 일일이 지급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준다. 현금으로는 30만원까지 쓸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기간 6년 동안 3억2000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았음에도 증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비용의 자세한 용처를 밝히지 않았을 뿐더러, 매달 300만~500만원씩 개인통장으로 지급받았다.

헌재에서 경리를 담당했던 김혜영 사무관은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 후보자가 원해 특정업무경비를 급여통장이 아닌 개인계좌에 넣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특정업무경비를 개인계좌에 입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김 사무관은 “그렇다. 위반인 것을 알면서도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업무경비 내역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공개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한 것은 아니고 (스스로)판단했다”면서 “(미공개)관행이 있었고, 공개 시 파급 효과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이 같은 폭로성 발언이 터지자, 법원과 사정기관은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지 않을까’ 잔뜩 긴장한 상태다. 법조계 한 종사자는 “그동안 특수업무경비는 다들 눈 감고 쉬쉬하는 개인비용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라며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 엉뚱하게 이 후보자 청문회를 통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그동안 횡행해 온 법원과 사정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 때마다 특정업무경비의 명목을 요청했지만 회신이 오는 게 없었다. 뭔가 떳떳하지 못한 게 있으니까 못 내놓는 것 아니겠느냐”며 “특수업무경비와 관련된 고착화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