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명절이니 일부 가정에서 ‘꽃들의 전투(花鬪)’가 벌어지겠다. 화투는 왜색이다. 16세기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들여온 서양 카드가 ‘하나후다(花札)’로 변형되는 과정에, 일본 문화가 깃든 목판화 우키요에(憂世繪ㆍ사진) 풍경이 접목되면서 요즘 모양으로 정착했다. 이러니 왜색화투 추방 단체까지 생겼다.
일본에선 화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메이지 정부의 금지령에 화투 제조사였던 닌텐도가 업종까지 전환했다.
한국에서 규칙이 더 많이 개발됐다. 오동은 일본에서 12월이지만 우리는 오동잎 지는 계절임을 반영해 11월로 당겼다. 일본에선 빠른 달이, 한국에선 밤단낮장, 밤장낮장 등 대체로 큰 숫자가 선(先)이다. 피박, 광박, 쓰리고, 따닥, 쪽, 뻑, 흔들기, 2-2-2패 3배, 8싸리 모두 한국산이다. 38선이 계기가 된 3ㆍ8광땡, 힘 센 사람을 뜻하는 ‘장사(10ㆍ4)’가 승리의 족보가 됐다.
브루크린 박물관장이던 스튜어트 컬린 박사는 일본 내 화투 전성기이던 1893년, “서양 카드의 원조는 한국의 수투(數鬪-투전패)로 추정된다”고 했다. 지구촌을 돌고도는 게임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됐는데, ‘화투 그만두라’는 얘기는 자칫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 다만, 왜색의 찜찜함을 없애 보자는 뜻에서 다시 ‘한국형 화투’를 떠올린다. 7~8년 전 등장한 ‘한투’ ‘소담화투’ ‘독도화투’ 등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림만 다소 고친다고 해서 풍습을 바꾸지는 못했던 것이다. 게임전문가-화가-마케터 등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놀자고 하는 것인데, 너무 진중해도 탈이다. 속 시원한 화투판을 빨리 봤으면 좋겠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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