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발주 관련 담보 강화 위해 금융권이 특수목적법인 설립 요구
전세계 SPC 2만2000여개 추정 한진 76개·SK 52개·현대 47개
국내 해운업계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탈세의 주범으로 주목되고 있는데, 유독 해운업체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선이 곱지않다.
해운업체는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 행위는 적발돼야 하지만 페이퍼컴퍼니를 모두 불법 유령회사로 판단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해운업체의 페이퍼컴퍼니는 대부분 특수목적법인(SPCㆍSpecial Purpose Company)으로, 선박 금융을 해주는 금융권이 선박에 대한 담보권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하는 통상적인 절차라는 이야기다.
▶SPC는 금융 기관 담보권 강화용…국제 금융업계 보편적 구조=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해운업체 대부분은 배를 발주할 때 SPC를 이용한다. 1조원을 훌쩍 넘는 선박 발주 비용을 한번에 납부할 수 없기 때문에 해운사는 금융기관(대주단)에 선박 금융을 받는다. 해운사가 일정 기간을 두고 몇 차례 나눠서 대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대주단은 돈을 빌려간 선사들이 유동성위기를 겪거나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담보권을 강화한다. 하지만 배 한 척 때문에 해운사 전체를 담보로 잡을 수는 없고, 또 바다에 떠다니는 배를 담보로 잡기엔 불안하다.
대주단이 SPC를 전제로 선박금융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돈을 빌려간 해운사가 자금을 갚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면 해운사의 구조적 문제와 상관 없이 선박을 압수 또는 억류하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선박 1척에 SPC 1개를 독립적으로 설립하게 되고, 대형 해운사는 보유 선대에 따라 수백개의 SPC를 보유할 수도 있다.
▶편의치적국 내 SPC 2만2000개…국내 업체 450개 추정=파나마, 마샬 군도 등은 전세계 해운사의 SPC가 모여있는 이른바 ‘편의 치적국’이다. 법인세, 소득세, 인건비 등이 싸기 때문이다.
SPC가 각 나라마다 흩어져있을 경우 상이한 법과 규정 때문에 해운 운임 등에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편의치적국에 SPC를 등록시키면 세계 해운사들이 같은 조건 하에 경쟁할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익 상황 등을 외환당국 및 정부 기관에 신고만 하면 편의치적은 모두 합법적 활동이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치적국내 등록된 SPC는 약 2만2000개로 추정된다. 국내 선사의 등록 현황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선주협회에 등록된 취득조건부나용선(BBCHP)이 지난 해 기준 449대인 것으로 미루어 약 449개의 SPC가 운영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 등록 현황은 한진해운 76개, SK해운 52개, 현대상선 47개로 파악됐다.
▶관세청 “선박ㆍ해운업 특성 고려하겠다”=국내 기업의 조세피난처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특별 조사에 착수한 금융당국도 해운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지난 29일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된 우범 거래 유형에 ‘선박ㆍ해운업계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선박 등록을 통한 운항수입 해외 은닉’ 사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관세청 조사감시국 외환조사과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실 만으로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신고 누락, 타인 명의 차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기존의 수출입거래 신고자료 등을 참고해 포괄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한국선주협회와 업무적 협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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