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2회> 바람에 맞서는 법 60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킬 때 바보들은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미국 하버드대 화장실에 적혀있는 낙서 중의 하나라고 한다. 정작 봐야 할 것은 안 보고 애먼 짓을 한다는 말인데, 티잉그라운드 뒤편에 서있는 인민무력부 부부장 공지호 위원의 꼬락서니가 꼭 그 바보와 같았다. 빨간 모자 아가씨가 회심의 드라이버샷을 날렸을 때, 날아가는 공은 볼 생각도 않고 그녀의 피니시 자세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말이다.

다운스윙과 함께 몸의 회전으로 인해 상체가 비틀어지면서 젖가슴을 살포시 가리고 있던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오른쪽 어깨부위로 물결처럼 출렁이고, 45도쯤 외로 틀어진 자세에서 얼핏 백옥 같은 젖가슴이 드러났던 것인데…

‘에구구, 맙소사!’

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공지호 위원의 두 눈은 그녀의 뒤태만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얼핏 원추형 젖가슴과 앵두처럼 돋아난 유두가 드러나는가 싶더니 환영처럼 사라져버리는 모습이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스포츠도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예술적 경험임에 틀림 없다‘고 했다. 고난의 과정을 통해 창조되는 완성의 기쁨… 하지만 그는 어려운 샷을 통해 그린에 올라 1펏으로 홀인시켰을 때의 기쁨을 추구하기보다, 어려운 눈치작전을 통해 얼핏 그녀의 젖꼭지를 훔쳐보았을 때의 기쁨을 더욱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습네까? 조선 인민의 본때를 보였습네까?”

“그럼, 그럼, 공알이 빨랫줄처럼 날아가는구먼. 동무는 아직 나이도 어린데 언제 그렇게 꼴푸를 배웠디?”

“이토록 잘 쳤을 땐 박수라도 쳐 주셔야 하는 거 아닙네까?”

빨간 모자 아가씨는 활달하기 그지없었다. 드라이버 샷이 그린 방향으로 곧게 날아가자 깡충깡충 뛰면서 박수를 청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공지호 위원은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칠 형편이 아니었다.

그녀가 드라이버 샷을 날리기 위해 에이밍을 할 때부터 공지호는 불안한 조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상체를 앞으로 숙여 티를 꽂는 순간 유독 엉덩이로부터의 유혹에 시달렸는데, 아! 누군들 그 짜릿한 유혹을 거부할 수 있으랴. 정면으로 후방에 서있던 그의 지겟작대기가 그만 발끈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렇긴 하디. 박수를 받을 만하디.”

이를 테면 그는 한손에 모자를 들고 지겟작대기를 가려야 했기 때문에 입으로만 찬사를 보낼 뿐, 열렬히 박수로 성원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박수 화답을 하시지 않습네까? 섭섭합네다.”

“아니라우, 훌륭하게 내질렀다우.”

공지호는 모자로 지겟작대기를 지그시 누르면서 이렇게 얼버무렸다. 그러는 동안 노랑머리 처녀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고, 그녀 역시 티를 꽂기 위해 상체를 숙이는 중이었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그는 결국 고개를 외로 돌리고야 말았다. 그제야 드넓게 펼쳐진 필드의 청량감이 온몸과 마음의 열기를 가라앉혀주는 듯싶었다.

“꼴푸의 재미가 어떻습네까? 부부장 동지.”

도형철이 입가에 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로 물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공지호 부부장이 골프의 매력에 잔뜩 빠져들도록 해야만 할 것이란 부담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야만 출세도 보장받을 테지만, 그보다도 수양딸인 예원희의 구만리 같은 앞길이 훤히 트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홀하디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줘서 고맙습네다,”

고맙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지겟작대기 때문에 그는 따라 웃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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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