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덧입은 스마트십 ‘설계→생산 →운항→관리’까지 자동화 체제 완비…사람의 세심함과 기술의 스마트 결합 에너지 효율도 탁월

선박이 똑똑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덕분이다. 사람의 기술에 철저히 의존했던 선박 건조도 이젠 IT가 깊숙이 연관되며 자동화되고 있다. 설계는 물론 가공, 절단, 조립, 용접, 도장 등 일련의 생산과정과 운항 및 고장 관리까지 IT를 덧입고 자동화 체제를 갖췄다. 이 똑똑한 선박을 ‘스마트십’이라 부른다.

스마트십은 세계 조선시장의 중요한 흐름이 됐다. 선주들의 스마트십 발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람의 세심함에 기술의 스마트함을 더하니 생산 효율성도 높아졌고 결과물은 첨단화됐다. 자동으로 연비를 최소화하는 관리 시스템 덕분에 에너지 효율까지 보장한다.

▶step 1. 설계…인공지능방식에 3D 도면까지=종이 도면 수십장을 펼쳐 놓던 기존의 설계 작업 모습은 잊자. 스마트십은 설계 단계부터 첨단 선박 자동설계시스템이 적용되며 3차원 도면상에 모든 설계가 구현된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첨단 선박 자동설계시스템(GS-CAD)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방식 설계 ▷투입물량 자동산출 ▷설계안 조기확정 ▷현장근로자 작업편의 제공 ▷생산 자동화 로봇과 리얼타임 정보공유 등 기존에 업계에서 사용하던 일반적인 CAD 설계방식의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기존의 설계는 선박의 큰 틀을 구성하는 선체 설계와 선박 내 배치되는 전선, 파이프, 기계장치 등의 의장설계가 이원화된 도면에 따로 표현이 돼 도면상 부품 간 간섭으로 인한 설계 수정이 잦았다.

하지만 GS-CAD는 선체 설계와 의장 설계가 하나로 통합돼 3차원 도면상에 구현된다. 설계상 오류를 방지할 수 있다.

선주들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선박의 입체모델을 직접 볼 수 있다. 설계단계부터 선주와 조선사가 논의를 거치며 최종설계(안)을 확정지을 수 있다. 설계 완료 후에 제기되는 선주 측의 수정요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는 물론 현장 근로자들 또한 3차원으로 표현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작업할 수 있어 정확도 및 작업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다.

▶step 2. 생산…사람 대신 자동화로봇=가공, 절단, 조립, 용접, 도장으로 이어지는 생산 과정도 점차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술자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점차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제어되도록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의 꽃’이라 불리는 용접도 예외는 아니다. SPP조선은 IT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시간 용접생산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용접통합시스템(SWISㆍSmart Welding Integration System)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용접방식에 스마트 센싱 방식을 접목, 용접품질, 시간, 자재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는 장치다. 사내 정보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작업장에 가지 않고도 사무실에서 현장 작업현황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현장 작업자가 센서가 달린 용접기로 작업을 하면 현장에 비치된 와이파이망을 통해 관련 데이터가 전송되어 실시간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관리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 생산공정 확인, 품질상태 확인, 장비의 고장 유무 등의 모니터링 가능하다. 이 전까지는 블록형상이 다양하고 밀폐구역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구체적인 작업방법의 범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SPP조선은 해당 시스템 사용으로 연간 건조능력이 10% 이상 향상되고 원가절감 효과도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생산 자동화 로봇을 개발해 작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 자동화율 68%로 세계 최고의 자동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박의 재료가 되는 강재의 가공에서부터 절단, 조립, 그리고 조립된 블록의 운반과 탑재 등 전 과정도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제어된다. RFID, 바코드, 무선통신, GPS 등의 기술이 활용된다.

현대중공업도 가로 50㎝, 세로 50㎝, 높이 15㎝ 정도 크기에 무게는 15㎏ 정도인 소형 용접 로봇을 개발했다. 올 하반기부터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협소한 공간에서의 용접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step 3. 운항…에너지 효율 최우선=운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에너지 효율이다. 연비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가장 최적화된 항로를 찾고 엔진 성능을 높여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한진해운과 함께 선박 연료소모량을 최대 15%까지 절감할 수 있는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운항경로, 트림(Trimㆍ선수와 선미가 물에 잠기는 깊이 차이)의 변화, 엔진 및 추진 성능, 배기가스 배출량 등 선박의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 관리함으로써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항로 최적화 ▷트림 최적화 ▷EEOI 감시ㆍ분석 등을 통합하고 ▷선박 포털서비스 기능이 결합된 것이다.

항로 최적화 프로그램은 선박의 성능 데이터와 기상 정보를 바탕으로 목적지까지 최적의 항로를 찾아주는 기술로 선박에 적용할 경우 연료 소모량을 6%가량 절감할 수 있다. 트림(Trim) 최적화도 연료비를 5%나 줄여준다. 선박의 속도와 탑재된 화물의 무게에 따라 최적의 트림을 산출, 선박 평형수의 위치를 이동해 트림을 조정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나 추진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또 선박의 운항상태를 육상에서 감시하고 진단할 수 있는 VPS(Vessel Portal Serviceㆍ선박 포털 서비스)와 이 시스템을 결합해 육상에서 선박의 에너지 효율도 통합관리할 수 있다. VPS는 삼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첨단 선박 운항관리 시스템으로 위성데이터 통신을 이용해 육상에서 선박에 설치된 각종 자동화 장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선박의 고장 여부를 진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한진해운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장착돼 2016년 말까지 실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step 4. 관리…스마트 AS통한 고객만족=건조 후 선주에게 선박을 양도한 후에도 스마트십은 체계적인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모바일 전용 선박 AS 시스템인 ‘m-PASS(엠패스)’를 자체 개발했다. m-PASS는 현대중공업의 기존 AS 전용 웹사이트인 ‘e-PASS(이패스)’를 스마트폰에 맞게 최적화시킨 시스템이다. 선주사들은 스마트폰으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선박에 설치된 각종 장비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손쉽게 등록, 조회할 수 있다.

선주사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미국 노블드릴링사(Noble Drilling Holdings)의 대럴 젠슨 감독관은 “스마트폰으로 문제가 발생한 선박 부품의 사진을 찍어 바로 등록하고 손쉽게 담당자와 관련 문제를 협의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선박에 대한 신뢰가 한층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또 고객들이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 등으로 원거리에 선박 엔진에 발생한 문제들을 등록, 조회하면 서비스 담당자가 이를 바로 확인하는 ‘엔진 스마트 고객 서비스 시스템’도 구축해 활용 중이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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