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도변경 허용 등 특단 대책에도 공공기관 소유 부동산 절반가량 안팔려 에너지관리공단 건물은 8차례나 유찰

정부·지자체 마찰 주민갈등 이어질까 우려 대규모 지역개발 난립·투기 가능성도 지자체 ‘개발 마스터플랜’에 성패 달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 수도권에 여러 매머드급 부지와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 이 부동산의 매각방식이나 개발방안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은 여전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하는 149개 공공기관이 소유한 기존 부동산은 119곳이다. 현재까지 62곳(매각률 52%)이 매각됐다. 기존 건물을 팔아서 이사 갈 곳의 땅을 사야 하는 기관들은 다급하다. 그렇다고 헐값에 넘길 수도 없다.

▶정부, 안 팔리는 땅 용도변경=경기 용인시 에너지관리공단 건물은 공단 사옥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살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8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관심을 표한 곳이 없었다. 올 연말까지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남양주촬영소 부지 매각이 6차례나 유찰되면서 자금줄이 꽁꽁 막혔다.

이런 공공기관을 위해 정부는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대폭 허용하고 유찰 반복 시 매각가격을 조정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만일 부지가 끝까지 안 팔리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캠코, 농어촌공사 등 매입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을 사야 한다. 이럴 경우 국토부 장관이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 해당 부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매입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개발한 후 일반에 재매각하게 된다.

한국전력이나 대한지적공사 등 요지에 본사를 둔 일부 공공기관은 매각보다 개발사업 참여 또는 자체 활용을 기대했다.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일지라도 수면 아래에서 관심 있는 매수자가 줄을 섰던 부지였다.

한전의 경우 본사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지분 투자를 통한 개발을 통해 개발이익을 재무구조 개선이나 전기료 인하 등에 활용하기를 희망했었다.

정부는 그러나 이전기관이 지분참여 방식이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을 설립해 종전부동산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종전부지는 혁신도시 이전 후 1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용도변경은 필수다. 마지막 매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키’는 지자체=한 공공기관 부지매각 담당 관계자는 “현재 용도변경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가 어떤 개발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아파트가 들어올지, 사무실이 들어올지, 백화점이 들어올지부터 어떤 건설업자가 맡게 될지, 가격은 얼마가 될지 모든 게 지자체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부지 매각으로 대규모 지역개발계획이 난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금까지 매각 완료된 공공기관 부지 62곳 중 매입공공기관이 23곳(37%)을 사들였다. 정부와 지자체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이 부지에 대한 개발과 주변여건 개선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어 해당 지역에 투기나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경기 용인 법무연수원 부지는 자족기능을 갖춘 주거타운으로, 용인 경찰대 부지는 의료복합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법은 종전부동산에 대해 활용계획을 지자체장과 협의하도록 규정돼 있어, 논의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녹지와 공원 등으로 조성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벌써부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 활용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해당 지자체장과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