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 괴담. 다른 말로 ‘초인종 괴담’으로 불리기도 한다. 범인만 아는 표시로 빈집을 체크해 뒀다가 다시 온다는 범죄 행각을 일컫는 것. 전 세계적으로 이 괴담과 관련한 사건들이 있어 더욱 충격을 안긴다.

영화 ‘숨바꼭질’은 낯선 이들로부터 자신의 가정과 집을 지키려하는 가장의 사투를 담아냈다. 단순히 가장의 싸움이 아닌, 후반부로 갈수록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등장한다.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영화다.

일단 초반부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선몰이에 성공한다. 누추한 주상복합 집이 늘 불만인 한 젊은 여자가 의문의 괴한으로부터 살인을 당하는 것. 이 장면은 단순히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건의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이후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 등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자타공인 연기력이 출중한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된 연기를 선보인다.

먼저 손현주는 사라진 형의 행방을 쫓던 중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지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성수 캐릭터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치 않는 가장의 모습을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로 그려냈다.

베테랑 배우 전미선 역시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괴한과의 싸움도 피하지 않는 민지 캐릭터로 극의 숨을 불어 넣는다.

문정희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 역시 나무랄 데 없다. 딸에 대한 강한 애정, 그리고 자신의 집에 대한 집착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뻔뻔한 표정 연기와 충격적인 행동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배우들의 연기력 뒤에는 탄탄한 연출이 뒷받침 돼 있다. ‘숨바꼭질’로 첫 상업영화에 데뷔한 허정 감독은 신인 감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자랑한다. 디테일한 연출력과 빠른 전개, 그리고 흡입력 있는 현실적인 공포를 무기로 관객들의 숨통을 조인다.

‘눈 뜨고 못 볼’ 정도로 끔찍한 장치나 도구는 없지만, 피부에 닿는 현실적인 공포로 관객과 공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경각심을 갖게 한다. 한 여름, 시원하게 볼 색다른 공포 영화로 딱이다. 러닝타임 107분. 8월 14일 개봉.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