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의 대부분을 법과 대학에 몸담은 한 교수가 오랜 기간 경제과 교수들이 풀지 못한 난제에 대담한 답을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는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시장경제를 주창한 이래, 시장 발전에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진보로 평가받고 있다.

로널드 코스 교수는 1960년 ‘사회적 비용의 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목장의 소가 주변 농장의 농작물에 피해를 줄 때 목장주와 농장주 중 누가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지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외부효과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경우, 재산권을 분명히 설정해주면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기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9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시장만큼 효율적인 기구는 없다. 작은 회사라도 얼마를 어떻게 생산할지를 결정하려면 분석ㆍ지시ㆍ관리ㆍ감독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도 많은 실패와 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시장에서는 경쟁을 통해 어느 가격에 얼마를 생산해야 하는지가 일사불란하게 정해지지 않는가.

문제는 이런 효율적인 시장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컨대 상류지역에 나무 심는 사람 덕분에 하류의 농부들이 홍수피해를 덜 입는 이익을 보더라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이런 외부효과 문제가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을 낳게 만든다.

코스 교수는 법과 제도를 통해 소유에 관한 재산관계를 분명히 해주고 이를 재화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준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이제까지 상상 못한 각종 사회문제를 시장 기구를 통해 해결하는 ‘창조 시장’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통신사 간의 특혜시비가 끊이지 않던 주파수 배분문제에 적용시켰다. 정부가 주파수 사용에 대해 재산권을 부여하고 이를 경매에 붙여 통신사에 판매한 것이다. 비록 특정업체에 국한된 작은 시장이지만, ‘주파수 거래시장’을 만들어 정부는 재정수입도 올리고 업체선정을 둘러싼 특혜시비도 불식시킬 수 있었다.

코스 교수의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환경 분야다.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공해 업체에 배출권이라는 재산권을 할당하고 이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토록 만들었다. 공해를 줄인 기업들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이득을 보고, 공해를 할당량 이상 사용해야 하는 업체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장에 구입해야 한다. 이런 시장의 인센티브가 작동한다면 기업들은 스스로 공해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미 유럽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발히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도 지역에 따라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 중이다.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도 배출권 거래시장이 열린다.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한국거래소는 이 배출권을 투명하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시장기구로 사회적 비용문제를 해결하는 ‘창조 시장’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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