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지창욱이 지난 5일 홍콩을 방문해 몰려든 팬들로 인해 행사가 지연될 정도로 큰 환영을 받았다. 한류스타로서의 위엄을 증명한 셈이다. 이는 지창욱의 잘 생긴 비주얼이 한몫했겠지만, 그의 다재다능한 연기에 기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지창욱은 최근 끝난 드라마 ‘힐러‘에서도 서정후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냈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심지어 성대모사까지 못하는 게 없는 그의 연기는 그가 맡은 캐릭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송지나 작가님의 대사는 버릴 게 없었다. 함축된 대사들의 그 의미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뭔가를 생각하게 해주고 그런 걸 도와주는 대사였다.” 지창욱은 작가로부터 서정후라는 인물은 어른들 없이 자란 이 세대 젊은이들의 표본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이를 인물을 만드는 지표로 삼았다.
“정말 외롭게 자란, 정이 없는 아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위해 단지 돈을 버는 것이다. 꿈은 무인도로 가서 사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그른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은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과 닮아있는 느낌이다. 문호(유지태 분)한테도 버릇없이 ‘당신이 뭔데’ 하고 대든다. 문호가 지금을 살아가는 기성세대라면,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미묘한 벽이 있다. 기성세대는 신세대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신세대는 혼자 살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정후가 문호에게 삼촌이라고 부른다. 기성세대를 이해한다고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소통의 가능성을 보였다.“
‘힐러‘는 모래시계 세대와 그 자식 세대들의 이야기였다. 지창욱은 “당시 세대들이 어렵게 보내며 해적방송을 했는게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신구세대의 관계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지창욱은 가장 걱정했던 문제는 영신(박민영)과의 관계가 아니라 24살 나이 차이가 나는 김미경(만자 역)과 어떻게 엮느냐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김미경을 촬영장에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서로 따로 촬영해 붙인 것이다.
“김미경 선배님과 대본을 가장 많이 맞췄다. 스피커폰으로 통화해 연습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
지창욱은 송지나 작가님의 글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고 한다.
“작가님은 제 엄마와 동갑이다. 저 나이에도 저렇게 젊은 글을 쓰며 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놀랐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즐겁고 행복했던 것 중 하나가 대본보기였다. 지문이 많고 감정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러면서도 뭔가 생각하게 해주는 대본이라 요즘 다시봐도 새롭다. 8부 엔딩에 정후와 영신의 키스신에 대본상으로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위로 눈이 소답스레 온다는 식으로 훨씬 더 서정적으로 표현돼 있다. 대본을 책으로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창욱은 대본을 보면 영신과 정후는 예뻐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처입은 이 아이들이 예쁘고, 짠하고, 화나기도 하고, 가슴 아팠다는 것. 당연히 스킨십도 많았다.
“친구들은 민영 누나와의 키스신이 좋았겠다고 했지만, 나는 키스신이 결코 편하지 않았다. 실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누나가 불편해할까봐, 담배를 피니까 냄새가 나면 어떡하지, 이런 것들이 많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누나가잘 받아줘 고마웠다. 이런 게 호흡이다.”
지창욱은 17회때 사부(오광록)의 성대모사 연기는 당황했다고 전했다. “‘흉내내며’라는 지문을 못보고 촬영일날 뒤늦게 지문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오광록 선배의 영상을 찾아봤다. 지읒과 시옷 발음이 특이했다. 내가 잘 못했지만 오광록 선배님은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해주셨다.”
지창욱은 진짜 남자다운 역할은 처음 해봤다고 한다. 추상적인 남자다움이 아니라, 인물이 누굴 사링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뭘 해야하는지를 집중하는 역할이었다는 것. 그는 마지막회에 대해 “사회 악을 무찔렀다는 건 아니다. 사회악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누군가는 노력한다. 힘 있는 사람과 대적하기보다는 썸데이뉴스 기자처럼 싸울 수 있겠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세상이 힘들어도 살 수 있게 하고 치유도 해준다. 시원함과 통쾌함은 있었다”고 말했다. 지창욱은 ‘힐러‘를 통해 또 한번 성장한 것 같았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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