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외압 논란에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 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민병록 동국대 명예교수, 심재명 명필름 대표,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등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임권택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처음 생길 무렵에 영화제가 몇 년이나 가다가 생명을 마칠까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며 “80년대부터 유럽 쪽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의 위상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숨도 잘 못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예상 밖으로 빨리 커갔다. 큰 돈을 쏟아부어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부산영화제는 성장해 대단한 위세를 얻게 됐다. 양질의 인력이 잘 끌어가는 영화제라고 부러워한다”며 “잘 커온 영화제가 밖으로 구정물을 쓰고 있는 영화제로 전락하고 잘못된 일이 생긴다면 나라의 수치고, 부산의 수치고, 영화인들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다. 부산시에서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영 중단을 요청했으나, 영화제 측은 예정대로 ‘다이빙벨’ 상영을 진행했다. 이후 부산시는 영화제에 대한 이례적인 감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져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임권택 감독은 “과거 북한영화도 상영한 적이 있는데, 세월호 다룬 작은 영화 하나(‘다이빙벨’)로 지금 사태까지 왔다. 영화제에 출품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소재 하나로 주최 측이 간섭하는 영화제에 누가 오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런 사태로 개운치 않은 결과를 내면 부산영화제도 힘들어지고 영화제 관계자들도 힘들어진다. 부산시도 영화제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사태까지 온 것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평지풍파는 한 번 지나간 걸로 하고, 부산시도 잘 가던 영화제를 망쳐 놓은 시로 알려지는 일을 그만두고, 영화인도 거기에 밀려 자존심 상하는 일을 안 당하게끔 서로 노력하고 잘 타협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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