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지성이면 정음’이라는 유행어가 반짝 돌았다. ‘비밀’(KBS2ㆍ2013)에 이은 두 번째 만남. 배우 지성과 황정음은 비극적인 드라마완 어울리지 않게 ‘하이마트’ 광고를 찍었다. 엄청 발랄했다. 지성은 ‘킬미 힐미’(MBC) 제작발표회에서 ‘하이마트’ 분위기가 날 거라고 했다. 같은 소재의 드라마가 톱스타와 만나 타사에서 대기 중이었으나, 완승이었다. 7가지 인격을 연기한 지성은 배우 인생 16년 만에 훨훨 날았고, “욕심부리지 않았다”는 황정음은 지성과 함께 빛났다.

“지성 오빠 연기 진짜 잘해요. 오빠가 요나(17세 여고생 인격) 모습을 하고 처음 등장할 땐 대사도 까먹었어요. 저 원래 엔지(NG) 안 내거든요. 근데 오빠 연기 구경하다가….”

드라마 종영 이후 한층 화사해진 모습으로 만난 황정음은 소녀팬처럼 ‘지성 오빠’를 환호했다. “일곱 가지 인격? 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러다가도 지성을 보며 “저건 사람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그냥 “5년 정도 뒤에내공이 생기면, ‘킬미 힐미’ 시즌2에선 다중인격을 해보겠다”고 한다.

황정음도 어느새 연기 경력 10년차가 됐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 했던 배우는 아니었다. 자기 인생 ‘최고의 실수’라는 걸그룹 슈가를 거치며, SG워너비 ‘김용준의 여자친구’(‘우리 결혼했어요’)로 주목받았다. 2005년 연기 데뷔작 ‘루루공주’ 시절엔 독보적인 ‘발연기의 아이콘’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만나기 전까지 8편의 드라마를 거친 황정음은 그 때가 돼서야 잠재력을 끌어냈다. 상큼했고, 발랄했고, 능청스러웠다. “제가 ‘하이킥’ 이후로 코믹연기를 하지 않았던 건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나이 때에 보여줄 수 있는 건 끝이 났다고, 이젠 연기에만 욕심부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비밀’까지 갔고, 더 욕심을 부렸던 게 ‘끝없는 사랑’이었는데…. 역시 연기는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고요.”

그 사이 ‘골든타임’(2012)은 황정음 인생의 두 번째 슬럼프였으나, 이후 일취월장한 배우의 모습에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끝없는 사랑’은 황정음이 원톱으로 섰던 작품이었으나, 연기를 떠나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다. 이번엔 ‘코믹’을 입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하이킥’와 ‘비밀’의 절묘한 만남이었다. 나쁜 남자 신세기의 낯뜨거운 사랑고백 앞에서 경기를 일으킬 듯한 표정을 짓고, 흥 넘치는 페리 박 앞에서 기이한 춤사위를 뽐내는 황정음은 천연덕스러웠다. 그러더니 이내 큰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스스로는 “많이 부족했다”며 야박한 점수를 주지만, 그게 김진만 감독이 요구한 “황정음스러운” 연기였다.

“사실 지성 오빠 드라마잖아요. 욕심을 버렸어요. 제가 욕심을 내면 작품이 망가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욕심 부려서 될 것도 아니었고요. 지성 오빠를 이길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드라마는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일곱 가지 인격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원맨쇼를 하고 있는 지성 옆에서 황정음은 “주인공의 호흡을 따라가고 받아줘야 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한 작품 안에선 각자의 역할에 맞게 해줘야 하는 사이즈가 있다”는 황정음의 연기지론은 이번 드라마에서 돋보이기 보단 다른 배우를 빛내주는 역할을 선택하게 했다. 물론 스스로는 그게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저 엄청 계산적이거든요. 이 드라마를 해서 얻을 건 무엇인지 드라마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다이어리에 다 적어놨어요. 이번엔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었어요. 제 꿈이 중국 공주잖아요.(웃음) 중국에서 투자받은 ‘킬미힐미’로 현지 진출의 길이 열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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