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정상에 오른 사람일수록 슬럼프와 위기는 더 커보이기 마련이다. 방송인 정형돈은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에서 ‘위기론’을 붙이면서 네이버 메인에 걸릴 수 있는 연예인이 몇이나 될까요. 제가 위기라고 하면 그 기사 클릭해서 보겠어요?” 지난 25일 진행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1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강호동에 대한 생각을 전하면서였다.

수년간 ‘국민MC’ 타이틀을 달고 다녔던 강호동에게 지난 몇 년은 좋지 않았다. 방송 복귀 이후 지난 2년 강호동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은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MBC ‘무릎팍도사’와 ‘스타킹’으로 복귀했고, ‘달빛프린스’,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 ‘우리동네 예체능’, ‘투명인간’의 메인MC로 시청자와 만났지만, 현재 남아있는 프로그램은 세 편뿐이다. KBS2 ‘투명인간’은 수요일 밤 11시에 방송,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폐지가 확정됐다. 지난 25일 방송된 ‘투명인간’에서 강호동은 “목요일이 오는게 두렵다”고도 했다. 함께 출연 중인 하하는 “요즘 이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고 있다”며 “형, 당분간 인터넷 하지마. 전화도 받지마”라고 말했다. 2년간 총 7편의 프로그램에서 5편이 폐지된 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천하를 호령하던 국민MC 강호동 대신 ‘위기설’에 휩싸인 강호동을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프로그램의 100회를 축하하는 자리였기에 당황한 기색도 역력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로그램이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없어지기도 하죠. 방송활동을 하면서 능력에 비해 분에 넘치는, 과분한 사랑을 받을 때도 있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방송인으로서 제일 중요한 도리는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강호동이 지난 2011년 세금탈루 논란으로 스스로 잠정 은퇴를 선택하고 보낸 1년 2개월 사이 방송환경은 너무도 달라졌다. ‘호랑이 MC’의 장점이 살았던 ‘무릎팍도사’는 2012년 11월 그의 복귀와 함께 다시 시작했으나 ‘힐링캠프’에 1인토크쇼 왕좌를 넘겨줬다.강호동의 얼굴과도 같았던 프로그램 폐지(2013년 8월)되는 사이 예능 트렌드는 또 한 번 달라졌다. 많은 예능 PD들은 지난 2~3년간의 예능 트렌드는 ‘진행 최소주의’와 ‘강화된 리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강호동이 중심이 됐던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려고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호하기에, 인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5세 미만의 연예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관찰예능(슈퍼맨이 돌아왔다)이 인기를 끌고, 방송엔 도가 텄지만 예능은 낯선 평균나이 78세의 노배우들(꽃보다 할배)이나, 시키기만 하면 투덜거리며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배우(삼시세끼)가 사랑받고 있다. 강호동의 위기가 예능계의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데에서 빚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성이 있는 이유다. 강호동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와 성실도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강호동의 중압감만큼이나 무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력은 동료들의 입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함께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 중인 배우 이규한은 “요즘 강호동 스타일과 유재석 스타일의 차이점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강호동의) 위기 기사가 나올 때 속상하다. 마치 위기가 오기를 바라고 그런 기사를 쓰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먼저 토로했다. 그러면서 “강호동 형님은 한 팀을 이끄는 포용력은 상상도 못할 정도”라며 “강호동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홍경민도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에너지는 국내에선 동급최강이라 할 수 있다”며 “진행자가 그 정도의 에너지를 발휘하느냐 안 하느냐는 게스트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안정환도 “위기라고 하지만, 운동도 성공하고 방송도 성공한 사람은 대한민국에 강호동 밖에 없다. 주변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동이 형도 분발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형돈 역시 “위기론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이 호동이 형의 존재감이며 그만큼 강력한 방송인”이라고 말했다.

복귀 이후 잊을만 하면 찾아온 ‘위기론’ 앞에 강호동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호동은 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지만, 간담회가 끝나고 나서야 땀을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깊은 고민이 담긴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저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의하고 잘 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은 공중파에서 방송을 하고 있지만, 특별한 방침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케이블이나 종편 등의 프로그램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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