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이벤트성 선언 이번엔 민주당이 먼저… 국민 진정 생각한다면 당내 개혁부터 했어야

2002년 6월,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제한을 주장했다. 그 이후 ‘방탄국회’에 대한 비난이 나올 때마다 등장한 것이 바로 ‘불체포 특권 폐지’였다. 또 2004년 2월 당시 열린 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부정부패 혐의로 소추된 국회의원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의원직을 일시 정지시키는 법안’ 그리고 ‘국회 회기 중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열우당 소속 의원이 있다면 면책특권 포기’ 등을 담은 ‘10대 새정치 윤리강령’을 발표했다.

모두 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전에는 새누리당이 6대 쇄신안을 들고 나왔는데, 여기에는 ‘불체포 특권 포기’ ‘연금제도 개선’ ‘국회의원 겸직 금지’ ‘무노동무임금 적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거기다가 2012년 3월에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등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먼저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나왔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고 또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민주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아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건, 정치권의 이런 주장을 국민이 진정으로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열을 올렸지만 진짜 내려놓은 특권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제한은 15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고, 스스로 세비를 깎겠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세비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말만 하고 행동이 없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은 눈곱만치도 없이 다시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니, 정치권은 우리 국민을 일종의 ‘기억상실증 환자 집단’ 혹은 ‘금치산자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만일 국민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최소한 말만으로 끝났던 과거 행위에 대한 대국민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더구나 국민소환제는 법적 차원의 손질이 필요할 뿐 아니라, 비례대표의 경우 소환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을 툭 던지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말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내 개혁을 먼저 보여주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야당 지지자조차 지금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지지층을 넓혀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당내 개혁의 구체적 계획을 선보였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를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했으면, 이번 지방선거의 기초단위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먼저 선언했어야 그나마 신선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하고 싶다면 지금의 지역 대표성 위주의 국회를 직능 대표성 위주로 바꾸겠다는 의지부터 보였어야 했다. 물론 김한길 대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내 주류인 친노를 상대로 개혁안을 발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고사 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일으키려 한다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런 내용을 담은 플랜을 내놨어야 했다. 그리고 반발이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지역구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의 특권 포기 주장은 구태스럽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반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유권자에겐 정치권이 양치기 소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