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제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되고 이와 맞물려 국회의원정수 확대 논의가 일고 있다. 의원정수 확대가 논의되는 이유는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지역구 의석 유지와 비례대표 확대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 앞에서 정치권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현행 300명을 360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선관위는 최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대표 선거에 동시에 입후보하는 석패율제도 등이 담긴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안은 현행 300석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 안에 따르자면 지역 의석 46석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의원수는 늘리되 세비 삭감 등의 노력을 통해 전체 입법부 예산은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대표성이다. 우리나라는 의원 1인이 국민 17만 명을 대표한다. 이는 국가규모 및 민주주의 성숙도 등 유사 국가에 비하여 높은 수준이다.
다른 고려사항은 정치의 효율성이다. 통상 대표성과 효율성은 상충관계에 있다고 하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 정치의 내용과 방식을 전환하여 효율성을 높여야 할 단계에 왔다는 점에서 거시적 차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 중 하나가 국민대표로 선출된 의원이 명실상부한 대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체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원의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합리적 감시와 견제, 그리고 대안 제시다. 이는 의원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의원정수의 합리적 확대에 더하여 충분한 정책인력과 국회 차원의 지원역량을 제공하여 명실상부하게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고, 국가적 의제를 제시, 견인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의원 60명을 증원하는 경우 700~800억 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그간의 각종 국책사업 규모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우리 사회의 중장기발전과 국가가치 제고를 위해 이런 수준의 재원은 가능한 사회투자라 생각한다.
의원정수 확대 등 정치투자 확대에 대한 반대여론은 정치권이 걸어온 과거와 현재의 투영이다. 정치권이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이유다. 이를 전제한다면 과거에 메여 미래를 위한 정치투자와 제도변화에 소극적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치적 대표성과 동시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합리적 수준의 제도변화와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이의 경과와 성과에 대하여는 지금보다 더욱 치밀하게 평가하고 철저히 책임을 묻는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의원정수 논의가 우리 정치의 현재에 대한 성찰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전망하고 장기적 국가이익을 지향하는 생산적 논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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