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피해자의 권리증진과 유가족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 살인피해자 추모관’이 개설된다는 본지 기사가 보도된 이후 살인피해자 추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 1월 24일자 15면 참조 살인피해 유가족은 본인이 피해자인데도 평생 괴로움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2011년 7월 인천 강화군 해병 2사단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고로 군복무 중이던 아들을 잃은 A(59) 씨는 이날의 충격으로 1년가량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우울증으로 술로 날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2012년 8월 전과 11범 성범죄자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서울 중곡동 주부살인 사건’ 이후 남편 B(41) 씨의 삶은 처참해졌다. 그는 최근 “살인 피해를 당하면 온 가족이 고통받는데, 그 세월을 합하면 몇 백 년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간 살인사건이 1000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유가족이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또 유가족이 받는 상처에 대해 국가의 지원이나 국민적 관심도 일시적일 정도로 이들은 방치돼 왔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에는 살인피해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돕는 공동체가 일반화해 있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비영리단체 ‘살인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는 이제야 살인피해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처음으로 생긴다. 비록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피해자지원협회는 전국 17개 지역에 추모위원회를 두고 살인사건 발생 시 고인의 유가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활동, 살인피해자 유가족의 자조 심리치료를 위한 회복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살인피해자추모관’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된다.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심리적인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곳이 생긴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일시적 이벤트가 돼선 곤란하다.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장기적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고, 그 관심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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