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백 브랜드 ‘델보(DELVAUX)’

벨기에 왕비가 드는 가죽핸드백 제작 1829년 탄생…왕실 조달 허가증 받아 로고 없어 아는 사람만 아는 디테일 한국엔 2013년…이서현·전지현 애용

‘럭셔리’는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흔히 비싸고 사치스러운 것을 럭셔리라고 통칭하지만, 원래 가진 뜻 중에는 ‘자주 누릴 수 없는 기쁨과 혜택’ 이란 의미도 있습니다. 슈퍼리치섹션에서 다루는 ‘럭셔리 톡!’ 시리즈는 이 시대 최고의 브랜드, 그리고 그 브랜드를 이끌거나 사랑하는 부호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가격이 가장 비싼 최고급 브랜드도, 최고가는 아니어도 ‘호사로운 만족’을 안겨주는 브랜드도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

[슈퍼리치섹션] “We don’t need a star designer. Our product is the star(우리는 스타 디자이너가 필요없다. 우리 제품이 스타이기 때문에)”

벨기에 럭셔리 하우스 ‘델보(DELVAUX)’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로 프로스트(Marco Probst )는 2012년 말 취임 당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델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핸드백을 제작하는 곳이다. 1829년 찰스 델보에 의해 탄생된 이 핸드백 브랜드는 벨기에 국가 탄생보다 역사가 더 오래됐다. 벨기에는 델보 탄생 1년 후인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해방됐다.

델보는 벨기에 왕실 조달 허가증을 받은 최초의 하우스이기도 하다. 1883년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는 “산업과 상업에서처럼 예술에서도 뛰어나야 한다”면서 ‘벨기에 법정의 왕실 조달 허가증’을 수여했다.

그런데도 델보의 이름은 아직 생소하다. 한국에는 2013년에야 들어왔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던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델보는 벨기에 문밖으로 나서는데 지금껏 소극적이었다. 지난해서야 첫 해외 플래그십스토어가 생겼을 정도다. 델보는 2014년 파리와 도쿄, 런던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실제 마이크로 프로스트 CEO는 취임 직후, “델보 매출의 80%가 벨기에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눈에 띄는 마케팅 없이 깐깐한 명품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며 긴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장인정신에서 나왔다. 가죽의 퀄러티를 가장 중시하는 델보는 아직도 장인이 모든 제품의 가죽을 눈과 손으로 직접 감별한다. 얼핏보면 단순한 디자인 같지만, 핸드백을 조각품으로 여기는 제작 방식도 여전하다. 델보의 핸드백은 정교한 건축물이나 조각품과 같은 구조적 형태를 자랑하기 때문에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1908년부터 회사 제품들의 등기소인 ‘황금의 책( Le Livre d’Or)’을 제작해온 것도 델보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려 100년이 넘는 기간, 델보의 모든 새 제품은 이 책에 빠짐없이 그려져 있다. 클래식함도 델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델보의 시그니처백과 같은 ‘르 브리앙’이 디자인된 시기는 1958년으로, 당시 브뤼셀 엑스포에서 참가자들이 이 가방을 메고 있었다.

‘델보’에는 타 명품과 달리 로고도 없다.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이다. 투박하지만 세련된 버클과 질 좋은 가죽, 단순하지만 구조적인 가방 등 디자인과 품질로 부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죽 공방에서 시작해 기성복까지 나아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비견되지만, 의류는 제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핸드백 공방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델보는 차별화되는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벨기에의 자부심을 담은 브랜드로서, 2013년 9월에는 브뤼셀의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 Manneken-Pis)’을 델보에서 맡아 꾸미기도 했다.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인 프랑스 에르메스와 함께 언급되는만큼 패셔니스타들의 주목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가의 패션을 책임지고 있는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2013년 삼성시무식에서 당시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델보를 들고 나타나기도 했다. 헐리우드의 패셔니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 등도 델보 백을 즐겨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