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지난 25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휩쓸고 간 네팔 카트만두는 아직도 아비규환이다.

현지에서 지진을 몸으로 겪었다는 유니세프(UNICEF)의 한 관계자 표현대로 땅이 ‘끓는 물’처럼 터진 뒤 카트만두에는 폐허만 남았다.

집은 무너지고 전기과 물이 끊겼다. 지진이 강타한 지역 주민들은 집이 무너져 거리에 임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고 있다.

당장은 무너지지 않은 상태여도, 여기저기 금이 간 건물들이 언제 주저앉을까 두려워 임시 텐트에서 거주하는 주민도 적잖다.

주거 문제도 심각하지만 식수난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마을의 수도관 등이 터져 물 부족을 호소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해 빗물을 받아 마시는 등 아무 물이나 들이키고 있다보니 자칫 전염병이 돌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이러한 재난을 겪은 외국인들에게는 한 방울의 물 만큼이나 고향 땅 흙 한 줌이 그립다.

이를 방증하듯 트리부반 국제공항은 연일 자국으로 귀국하려는 수천여명의 외국인으로 아수라장이다.

한국인도 백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에 300~400명 씩 별도로 편성된 구호기에 탑승하는 인도인나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월요일과 금요일, 한 주에 단 두 차례만 운행하는 여객기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증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 결과 인도인들은 정부의 도움으로 최근 3일간 벌써 2000여명이나 귀국했지만, 한국인 승객들은 지난 28일에야 104명만이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직도 네팔 현지에는 안나푸르나 등지에서 발이 묶여 트리부반 국제공항조차 당도하지 못한 한국인들이 상당수다.

정부는 네팔 내 우리 국민 체류자가 650명 가량, 여행객이 800~100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 명이 넘는 국민들이 언제 여진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속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만, 유니세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자국민들을 어루만지는 우리 정부의 ‘손길’을 거의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자국민들이 머무는 숙소를 돌아보며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고, 미국은 대사관을 열어 쉼터를 마련했다.

반면 우리 대사관의 태도는 이들 대사관과 비교했을 때 소극적이다. 대사관 내에 핫라인을 설치하고 공항에선 안내소를 운영하곤 있지만, ‘직접적인 손길’은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발 밑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자연 앞에서 개인이 무력감을 느끼는 때.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따뜻한 손길로 국민을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타지에서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며 애태우고 있을 우리 국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