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아랍권의 수니파 ‘맏형’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3세대 진용을 갖추게 됐다. 29일(현지시간) 단행한 개각에서 아븐 사우드 국왕의 손자 모하마드 빈 나예프(56) 왕자가 왕세제로, 모하마드 빈 살만(30) 왕자가 부왕세제로 승격했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은 초대 국왕의 뜻에 따라 형제들의 나이 순번 대로, 형이 유고 시 동생이 이어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7대 국왕인 현 살만 빈 압둘아이즈 알 사우드(79) 국왕은 이 날 칙령을 내려 이복동생인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70)를 왕세제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대신 2012년에 작고한 친형 나예프 빈 압둘아이즈의 아들을 차기 왕위에 올림으로써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손자세대를 후계 구도 전면에 내세운 것은 21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사우디의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수년간 내무장관을 지낸 나예프는 국제감각을 갖추고 있고, 실용적인 성향에 미국을 비롯해 서방 우방국에겐 믿을 만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내무장관으로서 내무부 직속인 20만명의 특별치안부대를 거느리고 있다. 내무장관의 주된 임무는 국내외 보안이다. 그는 2009년 예멘 알카에다의 폭탄 암살 공격에서도 살아남았다. 영국 가디언은 “개혁적인 인물은 아니다”며 “그의 전력을 보면 여성인권, 사형제 등 인권과 관련해서 새로운 사고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했다.
살만 국왕의 친아들 모하마드 빈 살만 부왕세제는 국방장관으로서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겨냥한 공습작전을 주도한 인물이다.
후티 반군의 배후로 의심받는 시아파 맹주 국가 이란의 하산 로우하니 대통령은 사우디의 공습작전과 관련해 사우디 지도자들이 “정신적, 감정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다”고 비아냥 한 바 있다.
이번 개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지역 패권 다툼에서 이란을 훨씬 더 강하게 견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사우디가 지난 수십년간의 노인네 왕국 때 보다 안정적이고 활발해질 것이다”며 시리아, 이라크, 바레인에서의 이란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사우디의 견제가 더욱 과감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FT는 이어 “미국은 중동지역 문제에서 사우디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지역 문제 해결 방식에서도 “사우디 새 지도자들은 새로운 전투가 아닌 안정 강화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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