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박영서 특파원]9살 남자아이 샤오촹(小闖)은 외할머니와 함께 안후이(安徽)성의 한 농촌에 살고있었다. 엄마 아빠는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돈 벌러 도시로 떠났다.

1년에 한번 정도는 봤지만 2년전 부모가 이혼한 이후로는 엄마 아빠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춘제(春節·음력 설)을 앞두고 샤오촹은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로부터 이번 춘제 때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외할머니로부터 전해들었다.

외할머니와 저녁을 먹은 뒤 샤오촹은 사라졌다. 여기저서 그를 찾아다니던 외할머니는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샤오촹을 발견했다. 샤오촹이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은 “엄마가 올해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징의 일간지 신징바오(新京報)가 전한 9세 남아 자살사건의 내용이다. 이 사건은 ‘류서우얼퉁(留守兒童·고향에 남아있는 농민공 자녀)’ 문제를 부각시키며 중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중국 농촌에는 노인과 어린이만 남겨진 가정이 부지기수다. 부모가 함께, 또는 따로따로 외지로 나가 일을 하기 때문이다. 직계 가족이 아닌 친척의 손에 맡겨진 어린아이들도 상당수다.

농촌에 사는 수천만명의 이런 어린이들은 춘제가 오면 도시로 떠난 부모가 자신을 만나러 돌아오는 것을 손꼽아 기다린다.

중국에는 약 2억5000만명의 농민공(農民工)이 있다 농민공이란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호적의 노동자를 말한다. 중국에는 엄격한 호구제도가 있어 대부분의 농민공들은 아이들을 고향에 남겨둔 채 도시로 일하러 간다.

이들은 도시에서 기숙사, 지하셋집 등에서 생활하면서 돈을 번다. 수입은 대부분 고향의 가족들에게 송금된다. 그들은 이 돈으로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게될 것으로 믿고있다.

그러나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힘든 생활을 견뎌내야한다. 제대로 돌봐주는 부모가 없어 아이들의 학업도는 떨어지고 탈선하는 확률도 높다. 실제로 농촌지역 퇴학율은 도시 지역의 학교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중화전국부녀연합회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의 수는 6100만명에 이른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중국 농촌의 아이들에게 표준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70% 이상이 불안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여주었다 한다.

이런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부모의 사랑과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근 베이징에서 만났던 30대 초반의 농민공 왕(王)모씨도 이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왕씨는 중국에서 제일 가난하다는 구이저우(貴州)성 출신이다. 7살짜리 딸은 고향 부모에게 맡겨놓았다. 부인을 못 본지도 3년이 돼간다고 했다. 그의 부인은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에서 일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고향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없이 생활하고 있다”면서 “고향에 있는 아이들이 행여 잘못되지나 않을 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에는 온 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는 기간이다. 가족들을 만나기위해 콩나물 시루같은 기차에서 장시간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고향을 찾아간다. 기차 표가 없으면 오토바이를 타고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춘제가 왔다고 해서 모든 농민공들이 고향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신(新) 이산가족’의 사연은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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