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생물학 테러에 사용되는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기관에 보내진 ‘배달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탄저균 샘플이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도 배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의 생화학전 능력을 보유한 북한을 자극할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일반인에 대한 위험이나 이상 증후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유타주의 군 연구소가 부주의로 탄저균 샘플을 미국 내 9개 주의 다른 연구기관과 주한 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보냈다. 샘플들은 규정에 따라 처리가 완료됐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생화학무기에 포함되는 탄저균은 주변 환경에 따라 건조상태에서도 10년 이상 생존한다. 탄저균의 포자에서 생성되는 독소가 혈액 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 쇼크와 급성 사망을 유발시킨다. 가열이나 소독제에도 강한 저항성을 가진다. 살아있는 상태로 배달됐다는 사실이 위험하다는 의미다.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겪다가 폐에 울혈이 발생한다.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포자가 번식을 해 엄청난 수의 병원균이 죽음으로 이끈다. 탄저균 포자는 땅 속에 묻은 시체에서도 몇 년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군의 배달사고를 접한 정부 당국자도 곤혹스런 입장이다. 북한이 단순 배달사고를 빌미로 대남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 있고, 자체적인 화학전 대비능력을 더욱 강화할 명분을 쌓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생화학무기가 핵이나 미사일보다 훨씬 위협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생화학 물질을 2500톤~4000톤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4500톤의 생화학 물질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생화학 무기를 운용하는 연대급 화학부대와 함께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야포, 미사일, 박격포 등 발사수단과 탄두까지 보유하고 있다. 미군에도 배달된 탄저균 10kg을 서울 직경 30km에 살포하면 최고 9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북한이 보유한 사린가스 1톤을 직경 7.8km에 뿌릴 경우 23만명이 피해를 보고 TIC(인체 신경 관련 화학물질)라는 독성 화확물질은 방독면이나 보호장비로도 방어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이처럼 막강한 생화학전 능력을 보유한 것은 1960년대부터 생화학 무기에 대한 개발과 연구를 시작해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초반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화학관련 재료와 농업용 화학제, 콜라라균, 탄저균, 페스트균 등을 수입했고 소련의 생화학 훈련지원과 화학작용제 기술을 지원받았다. 이후 장비와 화학제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 미생물 연구소를 통해 탄저균 페스트균 콜레라균 등 13종의 균주를 배양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라크, 러시아, 프랑스 등과 더불어 천연두균을 비밀이에 보유중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미 전 주민에게 방독면까지 지급하고 생화학전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배달사고는 실수에 의한 단순 해프닝”이라면서 “북한이 이를 악용한다면 큰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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