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두 번 깨질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최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던 말이다. 이같은 발언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한 차례 더 무산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깊게 배어 있었다.

이른바 ‘연금 정국’은 유 원내대표에게 리더십의 시험대였다. 특히 야당과 협상의 총대를 멘 입장에서 속이 타들어갔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란 고비를 어렵사리 넘어서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이란 또 다른 산이 나타났다. 겨우 ‘해임건의안’을 ‘유감 표명’으로 절충하고 나자 야당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마지막 카드로 내밀었다.

29일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막판 걸림돌은 ‘시행령 수정권’ 입법 문제였다. 세월호법 시행령을 수정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초안에는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가 수정ㆍ변경을 요구하고, 수정ㆍ변경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은 이를 지체없이 처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여당 일각에서는 ‘위헌 소지’ 논란이 일었다. 합의안을 두고 열린 여당 긴급 최고위원회에서는 서청원ㆍ이정현 최고위원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뒤이은 의원총회에서도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과 김진태ㆍ이장우 의원 등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는 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지난 5일 4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도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에 반발해 여야 협상 타결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유 원내대표의 ‘뚝심’이 통했다. 비록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추인을 받진 못했지만 추인 거부로까진 이어지진 않았고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적극적으로 반대파들을 설득해 협상안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의총에서) 유 원대대표가 설명을 잘 하기도 했지만 주로 의원들 발언을 듣는 입장이었다”며 “협상안에 대해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라고 전했다.

일단 유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의 마침표를 찍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반발은 유 원내대표에게 또 다른 숙제가 됐다. 본회의 표결에서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ㆍ변경 요구 권한을 강화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당 내에서 30여명 가량의 이탈표가 나온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문제 삼아 친박계가 ‘유승민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시행령 수정권’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해묵은 당청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