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가 이달 안에 임금피크제 모델안을 보완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단순 임금삭감형이 아닌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기업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노사정 간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는 점을 감안한 주장들이어서 정책적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청년 고용불안, 기업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반드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근무기간 2년 전부터 임금을 15% 깎고, 삭감 비율도 단계적으로 늘리는 임금삭감형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정년 60세가 법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불이익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순히 연령의 특정 시점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삭감형에서 벗어나 기업 실정에 맞게 다양한 모델들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피크제 모델로 승급정지형, 근로시간조정형, 전문직제형 등을 제시했다.
두 교수에 따르면 승급정지형은 특정 연령이나 근속이후에는 호봉승급이 정지돼 임금도 더 이상 오르지 않게 된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근속 30년 이후에는 숙련도가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고 보고 승급을 정지시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호봉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호봉제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근로시간조정형은 정년 전후로 일하는 시간을 줄여 임금을 조정하는 형태다. 서구에서는 정년에 가까워진 근로자를 파트타임 형태로 점진적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게 돼 단순히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삭감되는 형태에 비해 근로자들의 반발이 덜할 것이란게 두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직제형은 특정 연령이 지나면 전문직종을 부여해 직무와 역할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며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는 형태다. 이 역시 호봉제를 대체할 수 있는데다 정년을 앞둔 근로자가 전문직으로 경로를 새로 설계하면서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임금피크제 하면 임금 삭감을 떠올리는데 원래 취지대로 청년 고용을 늘리고, 정년 보장을 위한 임금 조정이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되 장기적으로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개편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생애 총임금을 줄이지 않고, 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한 범위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청ㆍ장년 일자리 상생 모델도 제시됐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 전에 받은 생애 총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방향으로 임금피크제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라 더 많이 기업에서 일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없는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단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생애 총임금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 등 지속 성장을 가능케 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한 재원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활용해 임금을 보존해 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고용노동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임금피크제 모델안을 보완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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