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정보독점’은 맹비난…자치구엔 환자이동경로도 공개안해 朴시장 공개원칙 배치…이중적 행태

25개 자치구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서울시가 ‘정보통제’ 논란에 휩싸였다. 메르스 확진환자에 대한 정보공개 기준없이 ‘브리핑 일원화’를 명분으로 자치구의 손발을 묶으면서 사실상 서울시가 원하는 정보만 공개한다는 지적이다. 중앙정부의 ‘정보독점’을 비난했던 서울시가 자치구 앞에선 정보를 통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17일 정보통제의 발단은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메르스 137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지 않은데서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9일간 정상 근무해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지목됐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137번 환자가 지난 5일 오후 아들의 치료를 위해 보호자 자격으로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는 내용만 공개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137번 환자의 거주지인 관악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환자가 지하철 2ㆍ3호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동선을 추가 공개했다. 서울시 입장에선 폭로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튿날(16일) 정례브리핑에서 뒤늦게 137번 환자의 동선을 상세히 밝혔다.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 2~9일 서울대입구역(2호선)에서 교대역(2ㆍ3호선 환승역)을 거쳐 일원역(3호선)까지 출퇴근했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불필요하게 정보를 공개해 공포를 확산했을 때 예방적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브리핑에서 천명한 정보공개 방침과 배치된다. 박 시장은 당시 “서울시는 모든 과정에서 정보를 실시간대로 공유하겠다”면서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활동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신뢰를 얻고 협조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정직만큼 중요한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당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35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이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개포동 재건축조합원총회 참석자 전원(1565명)을 자가 격리 조치했다. 이들 중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동작구가 발표하려던 99번 확진환자도 서울시의 정보통제로 묵살됐다. 99번 확진환자는 한국전력 남부지사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장모를 간호하다 메르스에 감염됐다. 거주지는 경기도 용인이지만 생활권이 서울 사당동 일대로 지역 주민으로 전파가 우려됐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박 시장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99번 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막아섰다. 서울시는 브리핑 일원화를 내세우면서 관련 자료만 건네받은 뒤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았던 93번 확진환자(중국 동포)를 금천구가 발표해 지역 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정보통제는 정보공개에 대한 원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박유미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보공개는 가능하면 메르스중앙대책본부의 원칙을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중앙대책본부의 정보공개 원칙을 맨 먼저 깬 곳이 서울시다. 사실상 서울시와 자치구간 메르스 관련 정보공개 기준이 없는 셈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격리했던 재건축조합원총회 참석자 중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과잉대응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역설적으로 서울시가 정보통제로 자치구의 과잉대응을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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