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대용식ㆍ선물’로 재도약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최근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유행하면서 가정에서 직접 디저트를 만드는 ‘DIY(Do It Yourself)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DIY는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스스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만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은 실패없이, 보다 간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재료 계량과 복잡한 레시피를 필요로 하는 홈베이킹을 손쉽게 도와주는 홈베이킹 믹스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홈베이킹 믹스는 소량의 우유나 계란만 있으면 전문 베이커리 못잖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진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영양성분까지 고려한 맞춤형 제품에다 전자레인지로 몇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0년 460억원 규모였던 한국의 홈베이킹 시장은 2012년 520억원까지 성장했다가 지난해 380억원으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인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서 만들어 먹는 수요가 감소하는데다 지난해 세월호 등의 여파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해 한국의 홈베이킹 시장은 CJ제일제당(48%)과 오뚜기(26%), 삼양사(20%)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1위 홈베이킹 브랜드 베티크로커 제품까지 국내에 론칭하면서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서 태어난 홈베이킹 믹스=홈베이킹 믹스 시장은 1921년 미국 기업 제너럴밀스에 의해 탄생됐다. 이 회사는 ‘베티크로커’라는 상징적인 식품 전문가를 내세워 다양한 요리방법을 알려주는 미국 최초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았다. 베티크로커는 제너럴밀스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요리 잘하는 여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베티크로커의 ‘빅 레드 쿡북’은 혼수품으로 챙겨 가기도 하며, 미국 국공립 도서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요리 레시피 책으로 꼽힌다.
제너럴밀스는 1931년 ‘비스퀵’이라는 홈베이킹 믹스 제품을 최초로 출시했다. 비스퀵은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1940년에는 케이크 믹스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미국인들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특히 비스퀵은 우리나라에서 유학생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해외 직구 열풍이 불기도 했다.
2014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홈메이드 믹스 시장은 6조6000억원 규모다. 북미과 남미가 각각 2조원씩의 규모로 가장 크며, 유럽 1조원, 아시아 9000억원 등의 순이다. ▶‘핫케익 믹스’, 한국 최초의 홈베이킹 믹스=국내 최초의 베이킹믹스 제품은 1971년 오뚜기가 출시한 ‘핫케익믹스’다. 당시 핫케익믹스는 일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품목이었는데, 식품시장이 발전하던 시기 국내업체들이 일본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핫케익믹스가 탄생했다. 이후 1977년 CJ제일제당이 ‘백설 핫케익믹스’를 출시해 오뚜기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국내 베이킹믹스 시장이 본격 시작됐다. ▶‘머핀ㆍ쿠키믹스’, 오븐용 믹스의 탄생=국민 식생활에 ‘간식 문화’가 익숙하지 않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며 베이킹믹스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접어든다.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핫케익, 도너츠,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등이 한국의 홈베이킹 시장을 열었다면, 1999년 말부터는 가정용 오븐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오븐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다.
1999년 삼양사의 큐원이 머핀믹스, 치즈쿠키믹스, 스폰지케익믹스, 초코쿠키믹스 등을 출시하면서 국내 오븐용 홈베이킹 믹스 시장을 열었다. 오븐을 이용한 다양한 제과제빵 요리가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가정에서 만드는 케익과 쿠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호떡 믹스’, 대표 홈메이드 간식으로 정착=홈메이드 간식이 본격화된 것은 호떡의 출시가 계기가 됐다. 특히 2004년 ‘쓰레기만두 파동’, 2008년 ‘쥐머리 과자 파동’ 등을 겪으며 보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간식 거리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주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직접 만들어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는 ‘홈메이드 간식’을 찾기 시작했다.
2005년 삼양사의 큐원이 ‘찰호떡믹스’를 출시한 직후, 2006년 CJ제일제당도 프라이팬으로 만들 수 있는 ‘백설 호떡믹스’를 출시했다. ‘호떡’은 소비자가 노점에서 주로 구매하며 조리과정을 눈으로 봐왔기때문에 보다 친숙한 메뉴라는 점이 주효했다. 호떡믹스는 등장 이후 지금까지도 전체 베이킹믹스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호떡 믹스 제품은 찹쌀호떡, 찰호떡, 단호박호떡, 흑미호떡, 씨앗호떡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겨울철에는 한달에 20만~30만개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 간식으로 10년 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브라우니 믹스’, 전자레인지로 3분30초면 OK=2000년대 말 오리온의 ‘마켓오 브라우니’가 프리미엄 간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브라우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인지도가 높아졌다. CJ제일제당과 큐원은 이 같은 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2011년 ‘브라우니 믹스’를 출시했다.
브라우니 믹스는 베이킹믹스 시장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카페나 디저트 매장에서 파는 브라우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다 물만 부어 전자레인지에 3분30초만 돌리면 브라우니가 완성된다는 편리함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존 홈베이킹 믹스가 가족들끼리 먹는 형태로 소비됐다면, 브라우니 믹스를 시작으로 밸런타인데이,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등 각종 기념일에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유행’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브라우니 믹스의 출현 이후 쿠키나 핫케익, 호떡 등에 한정돼있던 제품군이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떡, 수제초콜릿 등으로 확대됐다.
▶‘영양균형 믹스’, 건강한 한끼로 발전=브라우니 믹스의 출현과 함께 시장규모가 5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홈베이킹 믹스 시장은 1~2인 가구의 급증과 함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베이킹믹스 제품 대부분이 7~8인용 분량이었던 점 등 ‘혼자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특성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한끼 대용식 콘셉트로 건강과 영양균형을 고려해 출시된 제품이 ‘백설 영양균형 핫케익믹스’다. 이는 ‘홈메이드 제품이라 안전하다’는 생각을 넘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라는 ‘건강한’ 베이킹믹스 트렌드로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다.
영양균형 핫케익믹스는 한국영양학회와 공동개발을 통해 성인 기준 한끼 식사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적정량에 맞게 담은 것이 특징이다. 칼슘, 비타민, 철분 등 11가지 영양소가 한끼 식사 필요량 만큼 함유돼 있다. 뿐만 아니라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도 에너지 적정비율로 설계됐다. 서구식 식습관의 확산으로 브런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이 제품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첫해인 지난해 7억원을 판매한데 이어 올해 매출액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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