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후 한 달이 되었다. 그 동안 150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았고 19명이 사망했다. 5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리되어 있다. 4차 감염자를 포함한 환자수는 매일 증가하고 있어서,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안심하고 일상 생활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생활에는 큰 제약이 있다. 지금의 불편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경제적 손실, 그리고 지역 사회 확산이란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면 큰 걱정이다.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고군분투를 하는 의료 관계자들의 헌신에 희망을 가져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하는 것은 정부와 보건 의료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메르스라는 질병의 많은 부분들이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의 의견 개입은 옳지 않다. 문제는 감염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실망스러운 당국의 대응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두 가지 이다. 첫째로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하고, 둘째로 자신이 가진 머리로 조직원의 희망과 걱정을 동시에 느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 내내 정부 리더십은 두 역할 모두 실패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핵심은 정부가 오만한 착오를 한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다’ ‘사람간 감염이 지속될수록 전파력이 떨어질 것이다’ ‘다음 주부터 수그러들 것이다’등의 섣부른 예측 발표를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표했고, 지금 시점에서는 국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또한 확진 환자가 들른 병원 리스트가 이미 SNS등을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대형 병원에서 추가 확진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야 정부는 서울시 발표에 등 떠밀려 병원명 공개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대중의 공포심이 커진 상황에서는 정부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은 우리나라 정부의 시각이 1980년대 이전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공식적인 올바른 정보가 제때 제공이 된다면 유언비어가 들어올 여지가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국민 각자가 유언비어를 파악하고 배제할 수 있다.
국민들이 생업으로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또 마스크를 쓰면서도 불안해 하는 이유는, 내가 감염이 될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만에 하나 내가 감염되어 집에 있는 면역이 약한 어린 자녀에게 감염되지는 않을지, 기저 질환이 있는 노부모에게 병을 전파시키는 것은 아닐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국민의 걱정을 생각하지 못하고 ‘젋은 사람은 걸려도 쉽게 죽지 않는다’라고 정부가 발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큰 상실감을 느낀다. 어린이 집이나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가 만에 하나 감염될까 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 국내에서 독감이나 결핵으로 죽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보도를 보면, 한국에 없던 새로운 질병인 메르스가 OECD 1위 유병률을 가진 결핵처럼 국내 지역사회에 깊숙이 퍼져 고착화 되는 최악의 상황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리는 결국 이 메르스 상황을 극복할 것이다.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응의 강도를 높여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실제 질병 확산 상황보다 국민들이 더 공포를 느끼는 기저를 바꾸어야 한다. 정부가 ‘왜 전문가들이 문제 없다고 하는데 안심을 못하지?’라고 국민의 무지를 탓하지 전에, 지금부터라도 신뢰는 쌓을 수 있게 소통의 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공포심에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속도보다 정부가 믿을 만한 정보를 더 신속히 지속적으로 내 놓아야 한다. 위험한 부분은 위험하다 알리고, 실수했던 부분은 과감히 인정한 후, 현재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 다음 계획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이 느끼는 공포가 있다면 정부 리더십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걱정할 만한 상황을 먼저 해결해 주어야 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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