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들어오셔서 화장품 구경하고 가세요.” 화장품 매장 앞을 지나갈 때면 으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명동에서는 ‘낯선’ 말이었다. 적어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상권 전체가 직격탄을 맞기 전까지는 그랬다.

메르스가 많은 풍경을 바꿔놨다. 특히 명동의 경우 이 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의심할 정도로 유커(중국인 관광객ㆍ遊客)가 많았으나, 지금은 내국인이 대부분이다.

그 여파로 명동에 입점한 상점들의 매출이 전월보다 10~50%까지 줄었다. 국내 고객들로 타깃을 바꾸는 상점까지 나타나면서 호객 용어의 국적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인 셈이다.

국내 경기 불황을 유커 매출로 메워왔던 유통업계로서는 메르스 공포에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이다. 메르스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여파가 7,8월에도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고민의 깊이를 더한다.

당장 면세점 업계가 문제다. 유커들은 한국여행을 할 때 보통 1~2개월 전에 예약한다. 지금 예약해야 7,8월 휴가철에 국내에 들어오지만, 아직 메르스 공포가 여전하다. 업계에선 휴가철 성수기를 넘어 오는 10월 1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국경절 특수마저 사라져 버릴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15년만에 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7개 대기업과 14개 중견중소기업이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콘텐츠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관광 문화보다는 주차장 면적 등 외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이래서는 일본으로 빠져나가는 유커를 잡을 수 있을까.

일본은 살펴보자.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비자정책을 완화했고 한국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돼 오던 인터넷 통신인프라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이달 초에는 일본의 성장 전략의 하나로 ‘지방 면세점’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오는 2020년까지 현재의 3배인 2만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방 도시에 면세 상점가를 조성하고 면세 수속 카운터까지 설치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돕겠다는 내용이다.

면세점 전쟁에 중국도 뛰어들었다. 중국 국영그룹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지난해 8월 휴양지인 하이난섬에 연면적 7만2000㎡ 규모의 세계 최대 리조트형 면세점을 오픈하고 자국민 쇼핑 수요 흡수에 나서는 등 일본과 중국의 대처가 발빠르다.

중국과 일본의 도전에 면세점 시장 세계 1위 한국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떠나는 유커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쇼핑관광을 배제하고 진정한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상품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