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권의 대선주자중 유력한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원내대표 사퇴 논란이 오히려 유 전 원내대표에겐 기회가 된 셈이다.

정통보수를 지향한 유 전 원내대표의 등장에 따라 여권의 지형도는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은 물론, 후보가 세대별 정치 성향별로 지지층이 갈리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세대별 성향별 지지층 분화는단순한 계파별 세력싸움을 뛰어넘어 노선 투쟁으로, 더불어 정치지형의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발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는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역정에서 이정표가 될 공산이 크다. 결과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19.2%로, 김무성 당 대표에 0.4%포인트 앞서며 조사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원내대표직 사퇴가 불거지기 전인 6월(5.4%)과 비교하면 13.8%포인트나 수직상승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1위를 지키던 김무성 대표는 2위로 밀렸다. 1.4%포인트 하락해 18.8%를 기록했다. 그 뒤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6.0%),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5.3%), 정몽준 전 대표(4.4%), 원희룡 제주지사(4.3%), 홍준표 경남도지사(2.6%), 남경필 경기도지사(1.9%) 순이다.

특히 조사결과에 숨어있는 내용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권 후보권에 대한 지지층의 세분화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구ㆍ경북, 광주ㆍ전라, 대전ㆍ충청ㆍ세종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TK를 사수한데다 호남민심까지 얻고 있다. 또 선거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권권에서의 높은 지지도 주목된다. 수도권과 서울, 부산ㆍ경남ㆍ울산 등에서도 김 대표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원내대표 사퇴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비쳐지면서 연령대별로 지지세가 확연히 갈렸다. 중도개혁세력인 30~40대에서 강력한 지지기반이 마련됐다. 40대에서 30.7%, 30대에서 28.8%로, 각각 13.1%, 4,8%를 기록한 김 대표와 큰 격차를 보였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선 각각 17.6%, 10.1%를 기록,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였다. 중년층이 주요 지지기반이란 의미다. 고연령층이 핵심인 새누리당의 전통 지지층과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정치성향 별로도 중도층이나 진보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중도층에서 25.3%, 진보층에서 29.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보수층에선 8.6%로 김 대표(35.5%)에 크게 뒤졌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지율 급등에 힘입어 ‘유승밍 대망론’까지 거론되고 있는가하면, 일부에서는 ‘반짝 대망론’으로 선을 긋는 시각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독자세력이 거의 없다. 반면 여권의 지형은 박근혜 대통령의 40%대 콘크리트 지지층과 영남권의 확고한 지지층이 버티고 있다. 여권에서 독자생존이 쉽지 않다. 새누리당 밖에서 정치공간을 도모하기는 더욱 어렵다. ‘제 3당’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유 전 원내대표가 큰 꿈을 꾼다는 전제로 “유 전 원내대표가 살 길도, 또 죽을 곳도 새누리당”이라면서 “어떤 식으로든 새누리당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키우고 몸집을 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찌됐던 유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형성된 대립전선으로 인해 정치 자산을 얻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