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요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린다고 한다. ‘100년 만의 가뭄’으로 인해 올해 쌀 수확량이 15~20%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1990년대 최소 수십만, 최대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나왔다고 관측되는 북한이라 벌써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 없이는 대규모 아사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과연 그럴까?
흔히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이 홍수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 아사사태의 원인은 홍수나 가뭄 같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철저한 정책실패였다. 오늘날 북한의 경제상황은 그에 비해 많이 나아졌으며, 주민들은 무능한 정권에 기대기보다는 장마당에 의존하는 자구책을 강구한지 오래다. 이번 가뭄이 대기근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대부분 북한전문가들은 1990년대 아사사태의 원인을 소련 붕괴에 제대로 대응 못한 북한 정권의 정책적 실패에서 찾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시장의 부재’였다. 시장과 사유재산을 배척하는 북한은 생산과 분배를 아주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시장이 없어 농산물 유통도 큰 문제였다. 북한은 주로 철도로 곡창지대의 농산물을 다른 지역으로 수송하는데, 철도망이 마비되자 농산물은 그대로 산지에서 썩어 나갔다고 한다. 시장이 존재했다면 철도가 아닌 대체운송수단을 찾아냈을 것이다.
장마당도 식량부족을 해결하는 중요한 기제다. 주민들의 식량자구책 일환으로 등장한 장마당은 오늘날 북한 경제의 낮은 효율성과 만성적 식량부족을 그나마 메워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양강도와 함경도처럼 식량사정이 안 좋은 접경지역에서는 중국에서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도 한다. 쌀과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의 가격과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북한이 얼마나 중국 시장과 동기화 또는 연동(Synchronization)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북한으로 중국의 잉여생산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북한의 식량구성이 한국과 일본보다 다변화돼 있다는 점도 가뭄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요소다.
북한이 가뭄에 취약한지도 의심스럽다. 사실 북한은 홍수에 더 취약하고 또 더 두려워한다. 소련의 붕괴로 휘청거리던 북한 경제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1995년, 1996년의 대홍수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규모 기아사태를 장기간 연구한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기근으로 인한 아사사태는 민주주의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대규모 아사사태는 절대적인 식량 부족보다 분배, 즉 정책의 문제라는 의미다.
만약 올해 가뭄으로 북한에서 대규모 아사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을 살피지 않는 북한 정권의 정책 실패이지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항력적 사태가 아니라는 점을 한국과 국제사회는 분명히 해야 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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