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 담화문 보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한 직후 유통업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다자고짜 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묻는 그의 목소리엔 불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순간 전화선 너머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반가움도 사라지고 마음부터 내려 앉았다.

“내수를 살린다고 하는데 정작 내수가 없어요. 유통을 홀대해도 어쩔 수 없다곤 해도 앙꼬가 빠졌잖아요” 그의 불만은 봇물이 터진 듯 계속 이어졌다. “내수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해요. 5000만명 뿐이 안되는 인구 갖고는 내수를 살릴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인구를 확 늘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령화도 막을 수 없어요. 내수가 위축될 수 뿐이 없는 조건이예요”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재탕이니 백화점식 나열이니 하는 비판이 아니다. ‘어떻게하면 더 내수를 확대할 수 있나’ 하는 고민의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는 말이었다.

박 대통령도 41분간 이어진 담화문에서 “인구고령화가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도 감소하게 된다”며 “이것은 소리없이 다가오는 무서운 재앙이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대통령 담화는 여기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 경기를 살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말의 성찬만 있었다. 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추격형 경제’가 되지 않기 위해선 내수 활성화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지금은 내수를 확대하는 적극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답은 정부도 알고 있다. 관광진흥확대회의를 두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열고 박 대통령이 여기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다. 정부가 아직도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관광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정부가 내놓는 관광진흥책을 보면 내국인이 지방에 가서 얼마나 더 쓰게 하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주머니만 달리 바꾸는 거예요. 외국인 관광객을 이제는 새로운 내수시장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데 이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계속해서 아쉽네요”

무엇보다 기자의 마음을 후벼판 것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뭘 하고 뭘 살 것이냐’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한류다 뭐다 하지만 이렇다할 반듯한 관광상품이나 기념품 조차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창조경제다 뭐다 떠들썩 하지만 창조경제로 포장할 콘텐츠는 여전히 빈약하기 짝이 없고, 이를 포장할 디자인도 보이지 않는다.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는데 디자인 관련 인력을 배출하고 이들이 관광 기념품을 개발한다고 하면 아마 창조경제를 떠드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열리지 않겠어요” 그의 주장은 명쾌했다.

대통령의 담화문에 모든 것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을 순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경제계획 3개년에 대한 철학은 담겨 있어야 했다.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시장도 박수를 친다. “이렇게 이렇게 하겠습니다” “진돗개처럼 물겠다”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문현답은 10여분의 통화가 끝날 때 정점으로 치달았다. “규제완화요. 이젠 말하기도 입이 아파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예요. 지금은 정치논리만 있잖아요”라는 엄살(?)로 그는 전화기를 놓았다. “입만 아프다”는 그의 엄살과 “내수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허공에 묻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젠 정부와 민간이 따로 따로 노는 그런 비정상적인 고리는 끊어야 한다.

소비자경제부 한석희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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