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지난해부터는 투자 건수가 2~3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 만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됐다는 의미고, 눈 여겨 볼만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한킴(한국명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지난해에는 총 9개,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벌써 5개 업체에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2013년까지는 1년에 많아도 2~3개 업체에 투자를 집행하는데 그쳤다면, 최근 2년 사이 투자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 만큼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알토스벤처스는 업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벤처캐피털(VC)로 통한다. 최근 눈에 띄는 스타트업들의 투자처 리스트에는 어김없이 알토스벤처스의 이름이 올라와 았다. ‘쿠팡’, ‘배달의 민족’, ‘미미박스’, ‘직방’, ‘잡플래닛’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실리콘밸리 기반의 알토스벤처스를 설립하고 올해로 20년 째 VC업계에 몸담아 왔다. 그가 이끌고 있는 알토스벤처스의 한국사무소에는 지난해 박희은 심사역(전 이음 대표)이 합류하면서 더욱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와 박 심사역은 투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김 대표는 “시장이나 업체를 분석할 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자만하면 안된다. 항상 ‘설득당할 준비가 된’ 상태로 창업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한다”면서 “투자를 미루거나 한번 거절했다가도 여러 차례의 소통을 통해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업평가 소셜 서비스 업체인 ‘잡플래닛’을 그 예로 꼽았다. 김 대표는 “잡플래닛의 경우 사이트를 론칭하기도 전에 투자 요청이 들어와 처음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판단해 보류했었다. 그런데 잡플래닛 대표를 만나서 서비스와 비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충분히 공감하게 됐고 결국 하루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상적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투자한 업체들과 격의없이 의견을 나눈다. 투자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미국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수시로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한다. 업체별로 투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절차나 형식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업무 원칙이다.
투자한 업체가 늘면서 고민해야 될 일도 늘었지만 이 역시 “고민해서 답이 나올 사안만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VC에 비해 비교적 적은 규모지만 다수의 투자 건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형식보다 효율을 추구하는 업무 방식 때문이다.
김 대표는 투자 영역이나 투자 진행 과정에서 정형화된 틀을 두지 않는다면서 “다가오는 미래를 쉽게 재단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할 업체도 기술, 모바일 등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범주안에서 폭 넓게 본다”고 말했다.
스스로 창업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박 심사역은 ‘성장욕구’를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바로미터’라고 강조했다.
박 심사역은 “영상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하이퍼커넥트’ 같은 경우, 투자를 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매출 기준 7~8배의 성장을 이뤄냈는데 그 바탕에는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집중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중시하지만 그렇다고 ‘속도전’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투자한 업체가 빛을 보는데 평균 5년에서 8년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알토스벤처스가 지난 2006년 투자한 판도라TV는 9년이 지난 시점에서 IPO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가 조바심을 내지 않고 투자한 스타트업의 응원군으로 장기간 함께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짝 성장’은 의미가 없다. 꾸준히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스타트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좋은 회사란 결국 비전이 있어야한다. 직원들에게 최고의 복지 중 하나는 회사의 영속성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