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개정·시행 불구…잔인한 학대·도살 이어져 일부선 약물투여 안락사도
#. 지난 5월 경남 김해에서 한 50대 남성이 길고양이 600마리를 산 채로 뜨거운 물에 담가 도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남성은 ‘완치가 어려운 관절염에 고양이탕이 좋다’는 속설 때문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결국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가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 8조에 따라 명백한 처벌 대상임에도, 금전이나 스트레스 해소 등을 이유로 시선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동물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잘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진정한 의미의 ‘웰 다잉(well dying)’이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지난해 2월부터 동물보호법이 개정ㆍ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잔인한 학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개정된 법안엔 동물 운송, 학대 등의 정의는 물론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도축 방법도 담겨있다.
손선원 동물사랑실천협회 간사는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있는 동물을 때려 죽이거나 토치 불로 태워 죽이려는 걸 구조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털어놨다.
시보호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안락사’도 문제는 있다.
시보호소는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지자체에서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일부 시보호소에선 이 지원금을 절약하기 위해 약물 주입시 동물들이 겪을 고통을 완화해주는 ‘마취 과정’을 생략, 바로 약물을 투여하는 실정이다.
또 병에 걸린 유기동물은 안락사 시키지 않고 그냥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상처 부위가 썩어 구더기까지 생겼음에도 치료도, 안락사도 받지 못한 채 고통에 노출되는 유기동물도 적잖다.
그러나 반대로 죽지 못해 고통받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잘 죽을 수 있는 권리에 ‘웰 다잉’도 포함돼 있다”면서, 일부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의 문제를 지적한다.
1000여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모여있는 보호소에선 세심한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동물들이 암이나 심각한 질병에 걸려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잘 돌봐주지도 못하면서 쉬게 해주지도 않고, 그냥 목숨만 붙여놓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만큼 (안락사를)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면서 “고통스러울 땐 당연히 편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기동물 보호소 관계자 등의 비판도 거세다. “동물이라고 해서 인간이 그 생명을 쉽게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자신이 아무런 조치도 없이 지독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무조건 시켜야 한다가 아니라 동물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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