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다. 대한민국은 온통 습하고 더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지난 상반기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로 인해 관광업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실적이 악화됐다. 국회도 메르스 관련 추경으로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불황 중 불황이다. 이 불황을 온 몸으로 받아낸 중소상인들은 더할 나위 없다. 이런 가운데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됐다. 콧대 높은 일류 백화점에서 움츠러든 소비 심리를 자극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중소상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23일부터 4일간 1만3000㎡(약 4000평)규모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 전시장에서 세일 판매를 벌이는데 역대 최고의 판이라고 한다. 누적된 재고 털기가 목적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협력사는 320여개, 총 물량은 200억원 규모다. 국내를 찾은 관광객도 관광객이지만 내수 경기가 살아야 대한민국의 경기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무더운 여름...휴가철을 앞 둔 7월 말. 행사를 앞 둔 중소상인들이 비지땀을 흘렸다. 자기 구역에서 최대한 상품들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디스플레이에 최대한 신경을 쓴다. 디스플레이는 곧 매출과 직결된다. 최고 인기좋은 상품을 전진배치하며,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게 배치한다. 손길 하나하나 조심스럽다. 할인율이 평소 보던 10-20% 수준이 아니다. 30-90%에 달한다. 90%, 불황에는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이고 없다. 대기업이 문턱을 낮추니 중소상인들이 활력을 되찾는 듯 하다. 이 백화점은 이번 행사로 소비심리를 자극해 부진했던 매출을 회복한다는 각오 아래 사활을 걸고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메르스 악재 이후 소비심리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쇼핑 박람회’ 개념의 행사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평소 백화점에서 행사 마진을 몇%나 가져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행사는 6%까지 낮게 책정해 협력사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백화점 관계자가 밝혔다. 영업 이익률까지 밝힐 정도면 승부수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일류 백화점이 중소상인들, 협력업체들과 상생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흔히 말하는 ‘땡처리 아닌 땡처리’에 나선 모습이다. 행사 시작일인 23일. 무더운 날씨에도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장사진을 그리며 늘어서 있다. 문이 열리자 마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행사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소비자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내수 경기의 라인업이 돌아가며 힘을 키우는 듯 하다. 소비자들의 바쁜 걸음걸이에 상인들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찬다.
많이 팔기 위해 구슬땀 흘리며 목청을 높이는 중소상인들과 조금이라도 싸게 사서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소비자들이 공존하는 킨텍스의 행사장과는 달리 여의도 국회에서는 추경예산과 국정원 해킹관련 사건 등으로 당쟁이 한창이다. 산 넘어 산이다. 일산 킨텍스의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정치와 민생이 따로 돌아가면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정치는 민초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달 여 간 국회에 출입했던 기자는 마치 다른 세상을 엿 본 듯 답답하다. 이럴 땐 한 푼이라도 깎아주며 같이 살기 위해 움직여 주는 백화점이 당쟁만 일삼은 정치권보다 훨씬 더 고맙다.
글/사진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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