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지난달 15일 오전. 국정원의 해킹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진상 규명을 위해 안철수 의원에게 SOS를 칩니다. 안 의원은 당내 유일무이한 IT 보안 전문가로 한국 최초의 컴퓨터 백신을 개발한 프로그래머이자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를 세운 벤처 사업가 출신입니다. 문 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모든 의원들은 국정원 해킹 의혹에 안 의원이 직접 나서주길 바랐습니다.
안 의원은 이러한 문 대표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인 후 기자회견을 통해 해킹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통한 재발방지, 국민불안 해소 등 3대 목표를 내걸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위 위원장 수락 배경에 대해 “이 사건은 국민인권과 관련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지닌 스마트폰이나 PC를 다른 사람이 불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또 국민 불안 해소와 관련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민검진센터를 만들고 재발 방지대책과 제도 개선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에 휴대전화 해킹 검진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홈페이지 하단에 휴대전화 해킹 검진센터를 알리는 링크도 걸어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니 운영일시에 ‘7.17~전용 백신 프로그램 앱스토어 등록 시까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21일이 지난 후 실제 스마트폰이 해킹당한 시민이 있는지, 사람들은 많이 찾아오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위원회 관계자에게 운영 현황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관계자의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관계자는 “현재 검진센터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찾아오긴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다. 해킹당한 것으로 판명된 시민도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방문자 수를 알려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방침상 공개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무료 백신을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함흥차사’입니다.
관계자는 “보안 업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 (앱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둔 상황”이라며 “아직은 어느 곳에서도 답이 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만약 업체가 자진해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고 묻자 “민원차원에서 당사에서는 계속 검사해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지금까지 백신 프로그램은 개발되지 않았고 앱스토어에도 등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국내 백신 업체들이 국정원과 일정 부분 사업 교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인 공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 해킹 여부를 검사 받으려고 여의도로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백신 프로그램이 빨리 만들어져 배포되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국정원 해킹 의혹 검증은 지지부진합니다. 위원회는 자체적으로 400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유출본을 거의 다 분석했지만 아직 ‘한 방’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6일 열릴 계획이었던 국정원ㆍ민간전문가 간 기술간담회는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로 인해 야당이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조건만 갖춰지면 기술간담회에 참여할 것이다. 자료요구에 응하는 시늉이라도 보여 달라“고 국정원에 읍소 아닌 읍소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안 위원장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특별위원장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메르스는 시스템만 갖추면 금방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고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원 해킹 의혹이 터지자 “컴퓨터 보안 전문가는 나밖에 없다”며 수락 배경을 밝혔습니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안 위원장은 IT 보안 전문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적어도 국민 불안 해소 측면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test1025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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