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청와대가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동북아에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와의 ‘외교적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박 대통령에게 열병식에 불참할 것을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한미중 3국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번 행사가 그만큼 외교적으로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중국은 다음 달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릴 열병식을 앞두고 총력 태세에 돌입했다. 그 중 군사 퍼레이드에만 189대의 군용기를 동원하면서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자국의 군사력과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 등 여러 가지 제반사항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최대 정치ㆍ외교 이벤트로 만들고자 한국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열병식에 대한 호응도가 낮다는 점도 한국이 고려해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또 동시에 민주화 시위의 피로 물든 톈안먼 광장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것도 서방 정상들이 참석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열병식 불참 요청’ 관련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한 한미중의 즉각적인 반응은 사안의 민감성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교도통신이 이날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박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요청했다”는 보도를 내자마자 한국 정부와 미국 국무부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당일 해당 보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력한 항의를 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이 복잡한 외교적 신경전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외교적 파장을 줄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방중 여부가 결판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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