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이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은 울상인 반면, 중국에 진출해 현지 내수시장을 공략 중인 업체들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메르스 이은 ‘위안화 쇼크’…면세점, 호텔, 백화점 울상=17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 요우커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인해 요우커 구매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면세점 업종은 현재 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요우커가 면세점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단적으로 증명됐다. 메르스 기간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70%를 기록했고, 메르스가 종식된 지금도 전년에 비해 40% 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등 각종 프로모션으로 매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면세점 업계는 매출 회복 시점을 오는 10월로 예상했지만,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이마저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고객 특성상 위안화 평가절하로 구매력이 약해졌다고 해서 면세점 물건을 구매하지 않거나 한국 관광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메르스로 인해 면세점 중국인 고객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매출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했다.

호텔업계도 위안화 쇼크를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7~9월 여름장사를 제대로 하지못한 호텔업계는 “메르스 여파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덮친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요우커가 급감했던 이번 여름시즌은 국내 피서객들을 상대로 한 객실판매로 빠진 객실 점유율을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9월 이후는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강북의 한 호텔 관계자는 “아직까지 취소 문의가 들어온 것은 없지만 약 한달 내에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국인으로 객실을 채우고는 있지만 매출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고 했다.

백화점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업계는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 상당수가 부유층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환율 변동으로는 구매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요우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백화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 요우커 매출 비중은 1~5월 동안 20% 수준을 유지했다가, 메르스 여파로 인해 6~7월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9월말, 10월초에 있는 중국 국경절, 중추절이 매출 정점인데 위안화 평가 절하 때문에 요우커 소비 심리가 냉랭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중산층 요우커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진출 유통업체엔 호재?=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유통업계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경우 현지 내수 경기 진작으로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중국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 한국 관광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대형마트들은 중국 내수 진작의 바람을 타고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대형마트들은 그간 현지 유통업체와의 경쟁, 중국 내수 경기 부진에 적자 폭이 확대돼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연 후 점포를 27개까지 늘렸던 중국 이마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 남은 8개 점포의 손익을 개선하고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최근 산둥(山東)성 매장 4곳을 폐점해 매장 수를 120개로 줄였다.

이러한 체질 개선에 위안화마저 평가 절하된다면 고전하고 있던 중국 사업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소비 활성화로 중국 내 진출해 있는 업체의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요우커 매출 감소폭보다 중국 현지 매출 증가폭이 크면 회사 전체로는 플러스인 셈”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가 수출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 및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경기회복→소비활성화→한국 방문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환ㆍ손미정ㆍ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