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트렌드 선도 두토끼 몰이…뱃살보정 기능성 드로즈 첫선 떨려요

“‘대형마트에서 파는 속옷에 디자인이랄 것이 있어?’. 그런 편견이 싫었어요.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해주면서도, 디자인 측면에서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속옷을 만들고 싶었죠.”

지난 3월 속옷 제조업체를 떠나 이마트에서 경력을 새롭게 시작한 심나경(31) 대리는 유통업체로 자리를 옮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성 속옷을 디자인해 온지 8년차에 접어든 그는 그렇게 대형마트 업계 최초의 남성 속옷 디자이너가 됐다.

기존에 대형마트에서 속옷을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패션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 속옷 매장은 30~40대 주부고객들이 디자인보다는 싼 값에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곳이었고, 남성 속옷 매장은 그런 주부들이 지나가며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움트고 있다. 소비자들의 속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기호 또한 다양해지는 트렌드를 대형마트들이 놓치지 않고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11년 10년 경력의 여성 란제리 디자이너를 영입한 데 이어, 심 대리까지 영입함으로써 남녀 속옷 제품의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심 대리는 “기존에 마트에서 파는 PL(Private Label) 제품이라고 하면, 협력업체가 완성해놓은 디자인을 대형마트가 고르던 수준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역으로 대형마트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상품을 기획ㆍ개발해 협력업체에 제안하는 거죠”라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했다.

남성의 속옷에 대한 욕망은 의외로 뜨겁다. 심 대리는 ‘1+1’ 속옷 할인 상품의 구성을 기존에 같은 디자인을 묶어 파는 것에서, 다른 디자인을 묶어보도록 제안한 결과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3D 분리 드로즈(남성의 중요부위들을 서로 분리시켜주는 속옷)’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다양한 기능의 속옷을 남성들이 원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현재 이마트에서 파는 남성 속옷만도 총 3개 라인의 11개 디자인군이다. 삼각이냐 사각이냐의 이차원적 고민은 이미 구닥다리가 된 것이다.

심 대리는 이달말 뱃살을 보정해 줄 수 있는 기능성 드로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이직 후 자신의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처음으로 시험받는 제품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에서 인기를 끈 제품을 보니 코르셋처럼 숨막힐 정도로 조이는 제품 뿐이더라고요. 편안하면서도 보정 기능을 잃지 않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6개월동안 매달렸어요”라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내에는 특허 신청도 할 예정이다.

심 대리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속옷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속옷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며. 특히 남성 속옷은 더욱 그렇죠. 그런 편견을 깨보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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