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페라리 남편과 벤틀리 아내’
고가외제차가 세금탈루, 보험사기 등 각종 지능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업무용으로 등록한 비싼 수입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교묘히 세금을 적게 내는가 하면, 천문학대의 수리비를 줄이거나 수억원대의 보험료를 타내기 위한 사기극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당 3억원이 넘는 고가 외제차로 강남 한복판에서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이른바 ‘페라리-벤틀리’ 부부가 결국 세무조사까지 받게 됐다.
남편이 타고 있었던 차는 이탈리아 종마라 불리는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The F12berlinetta)’로 판매가 5억원에 달한다. 아내의 차는 벤틀리(모델명 컨티넨날 GT)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에 이어 세번째로 적게 팔린 차종으로, 이번 사고로 인한 이들 부부의 차량 수리비 부담만도 3억원이 넘는다.
경찰 조사결과 페라리는 한 리스업체 차량이었고, 벤틀리는 차명(借名) 소유였는데 이 과정에서 세무 당국은 변변한 직업도 없는 이들 부부의 탈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가 외제차는 세금 회피의 도구로 사용돼왔다.
특히 개인사업자나 중견·중소기업 사장들이 굴리는 수입차는 대부분 업무용도의 리스차인데 이런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 납부 때 매월 낸 리스금액을 전액 손비(損費)처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연소득에서 리스금액이 빠져나가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자연히 절세효과를 보게 된다.
가령 연소득이 1억1000만원 정도 되는 사업자의 경우 35% 수준의 종합소득세와 다시 이의 10% 정도를 주민세로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최종 세액은 약 2800만원이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리스차를 뽑아 연간 3000만원의 리스비용을 지출할 경우 소득이 8000만원으로 줄어 소득세 과표가 26%로 떨어지고 자연히 주민세도 동반 하락해 결정 세액이 1700만원 가량이 된다.
따라서 고가외제차를 몰고도 이 사업자는 1100만원 가량의 절세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차량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한 달에 250만원 정도만 내면서 세금을 연간 1000만원 넘게 줄일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리스차의 경우 자동차 취등록세와 국공채 매입 부담도 없다. 또 ‘허’ 자의 영업용 번호판이 달리는 렌터카와 달리 자가용으로 등록돼 외관상 품위유지에도 손색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수입차 10대 중 8대 이상이 업무용 차량으로 팔리면서 각종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이 넘는 수입차의 법인 구매 비중은 8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용 차량을 구매한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누린 연간 세금 혜택이 작년만 493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와 법인이 업무용으로 구입한 수입차는 2010년 4만5000대에서 지난해 7만9000대까지 늘어났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업무용 승용차의 사적 이용에 대한 과세 방침을 명확히 하는 쪽으로 세법 개정 방침을 정했다.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승용차에 한해 관련 비용의 일정 비율을 인정키로 했다. 또 차량에 기업로고를 부착해야 비용을 100% 승인해준다.
고가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도 기승을 부린다. 지난 3월에도 거제 시내에서 SM7 차량이 시가 4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 차량을 뒤에서 추돌한 것처럼 신고해 1억4000만원의 수리비를 보험사에 청구했다 발각되는 사건이 있었다.
외제차의 보험사기극은 근본적으로 비싼 수리비에서 기인한다.
이는 외제차 판매사들이 부품을 일반 공업사에 팔지 않고 단가와 교체비를 높게 책정하기 때문인데, 해외 본사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초기 투자비용을 단기에 회수하려는 판매사들의 비윤리적 경영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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