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공무원·경찰…한국사회 고질적 불통서 기인 일부는 좌절감등 심리적 문제도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신(投身)이나 분신(焚身)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서는 총장 직선제 사수를 주장하던 한 대학 교수가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친 후 캠퍼스 본관에서 지난 17일 투신해 숨졌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최헌열(81) 씨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수요집회 도중 분신했다. 전신 56%에 화상을 입은 그는 21일 오전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또 기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제주시청 공무원이 투신자살을 시도하고, 해외 성매매 조사를 받던 법원 공무원과 음주운전으로 해임된 대전의 한 경찰관이 자살하는 등 공무원의 자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자살 시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불통’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한편, 좌절감, 분노 조절 장애 등 개인의 심리적 문제도 적잖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통이 반복되다 보면 ‘의사전달’ 자체가 주 목적이 돼버릴 수 있다”면서, “이같은 집착이 결국 극단적인 방법까지 불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에게 의사조차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 개인으로 하여금 목숨을 담보로 한 시위까지 불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실제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의사를 관철시키는 일이 벌어지니, (자살 시위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통으로 인한 좌절감, 분노도 개인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요소다.
곽 교수는 “좌절의 연속으로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앓다가 삶의 목적까지 상실해 이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면서, “여러차례 항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자살이라는 수단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영웅심리가 발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심리, 정의와 진리가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초월적 면모를 보이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겠다는 영웅심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윤 이화여대 소비심리학과 교수는 “자살 투쟁을 벌였다 생존하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죽음으로 하여금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분들이 많지만, 이유가 어찌 됐건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좌절을 느끼더라도 분노로 인해 충동적 행동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혜림ㆍ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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