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의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사흘째 이어가고 있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위급접촉과 관련, “이번 회담의 성격은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부터 판문점에서 두 차례에 걸쳐 24일까지 ‘무박3일’ 동안 진행중인 고위급접촉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 확약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매번 반복돼왔던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하 것”이라며 심리전 등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문은 열어놓고 대화와 협력에는 응하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대북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분명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한다.

북한이 도발로 위기지수를 높인 뒤 일시적으로 유화국면이 조성됐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나 보상으로 상황을 관리하면 또다시 도발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이번야말로 끊겠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북한의 ‘최후통첩’ 시한을 앞두고 21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최근 우리 대한민국 안보상황은 매우 엄중하다”면서도 “국방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우리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지켜내고 이번에야말로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밝힌 것 역시 박 대통령의 대북원칙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국민여론이 우호적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이 대북원칙론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병사들이 전역을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역한지 얼마 안된 예비역들의 “당장이라도 전선으로 달려가겠다”는 글과 이를 응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참모는 “영화 ‘연평해전’의 영향 탓도 있는지 이번에는 젊은 세대들도 분위기가 다르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금의 위기상황이 끝날 때까지 전우들과 함께 하겠다며 전역을 연기한 두 병사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런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사회현상을 두고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의 3대세습을 목도한 젊은세대 사이에서 반북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더욱이 최근 지뢰도발로 우리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은 직후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이 일어나자 이 같은 인식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물밑접촉이 아닌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고위급접촉에 나와 있는데 일방적 항복을 선언하라는 얘기”라며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상황에서 남한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위급접촉에 나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나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확실한 선물을 챙기지 못한다면 숙청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접촉이 역대 700여차례 남북회담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길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남북의 입장과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장기화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달라지는 결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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