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남북이 25일 새벽 ‘무박 4일’ 끝에 극적 타결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이 마침내 열매를 맺게 됐다.

무려 43시간이나 이어지던 협상 결과 양측의 공동보도문이 합의문 형태로 도출됐고, 이 공동보도문에는 박 대통령이 대북 대응에 있어 일관되게 밀어붙여온 내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의 발단인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 표명’ 입장을 밝혔다. 명시적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과거 수많은 도발을 자행한 후 북한의 태도에 비춰본다면 사실상 사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이다.

박 대통령은 협상이 진행중인 24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 “결코 물러설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확성기 방송도 유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언명하며 북측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북측의 유감표명 입장을 이끌어냄으로써 박 대통령의 흔들림없는 원칙 고수가 먹혀들었고, 과거 대북 관계의 각종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단호한 의지와 태도가 결국 북한이 먼저 김양건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우리 측에 대화를 제의하도록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남북회담 수석대표도 ‘격(格)’에서부터 상식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적용되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의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맞춰졌다.

무엇보다 ‘도발→위기조성→타협·보상→재도발’로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어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24일) 판문점 협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시간에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강공모드’를 유지하며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가 협상장에 전해지자 당시 타결 직전까지 갔던 협상은 다시 난항에 빠지게 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강경한 원칙론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최근 잇따른 군사도발에 대해 자신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도록 이끌어냈다.

공동보도문 제2항에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시된 것. 또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돼 있는 제3항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문구는 사실상 북한이 재발방지를 에둘러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