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김희은 기자] 지난 2011년 6월 “새 사람으로 나오겠다”며 돌연 군 입대를 선언했던 김혜성이 제대 후 첫 작품인 ‘퇴마:무녀굴’로 돌아왔다. 마냥 순수하던, 어린 티를 벗어던진 그는 지금 새 출발선에 서 있다. 사실 그는 꽤 오랜 시간 방황했다. 배우라는 길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간의 공백기는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뼈아픈 성장통을 겪은 그는 배우로서 한층 성장해 있었다.
“마음의 짐이 좀 많아졌어요”“군대를 다녀온 후로부터 마음의 짐이 좀 많아졌어요. 일에 대해 무거워 진거죠. 상처받는 말도 예전 같았으면 쉽게 잊는데, 전에는 한귀로 흘렸다면 요즘은 가슴에 와서 맺혀있어요.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진지하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마음이 편해야하는데 책임감이 생기다 보니까 ‘나를 믿고 있는 사람들,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리면 안된다’는 강박 관념들이 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좌우명은 딱히 없어요. 단순하게 그냥 ‘된다’가 끝이에요. 평소에는 우울한 편이라서 아버지가 ‘나는 된다’라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3번 자기 자신에게 말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저는 침울한 게 제 성향상 더 맞다고 느끼기 때문에 연구를 하고 싶어요. 밝은 모습들은 20대에 보여드렸기에, 저는 그 모습보다 침울하고 그런 모습들이 잘 어울릴 거라는 개인적인 판단이에요. 못 보여드려서 아쉽긴 하죠”이런 말을 하는 와중에도 김혜성은 연신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침울하거나 우울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살짝 지어보인 눈웃음은 여전했으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기까지 한다. 앞서 ‘제니주노’ ‘거침없이 하이킥’ ‘글러브’ 등을 통해 쌓아온 미소년의 이미지는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은 플러스가 아닌 것 같아요”“안 좋아하기 보다는 그냥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당연히 ‘거침없이 하이킥’이죠. 그만큼 또 프로그램이 잘 됐다는 건 맞는 거니까. 근데 아무래도 그게 9년 정도 되다 보니까 그 모습이 연기하는데 있어서 지금은 플러스가 아닌 것 같아요. 항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은 ‘거침없이 하이킥’ 민호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게 조금 다른 역할을 하는 데에 있어서 제약이 생기는 거 같아요”“얼마 전에도 담배 사러 갔는데 주민등록증 보여 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보여줬어요. 한번은 고등학생 아니냐고 하셔서 ‘한번만 봐 달라. 내일 갖다 드리겠다’고 했는데 안 믿으시더라고요. 다시 집에 갔다가 주민등록증을 보여드렸더니 ‘내일 모레 30이네’라고 놀라셨어요. 그런 걸 많이 느끼죠. 이게 스트레스라서 따로 관리도 안 해요. 예전에는 그래도 관리를 했는데, 동안에 하얀 피부가 한 몫 하더라고요. 요즘 망가지긴 했어요”“저는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결국에는 제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사람들이 저의 이미지 때문에 고정관념을 가지고 계시는 거죠. 저는 방송에서 워낙 여자 같고, 여리고, 상처 잘 받을 거 같이 보이지만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보니까. 말투도 편하게 하고 표현을 숨기지 않다 보니 그런 모습에서 사람들이 ‘남자답네’ 라고 하시는 거 같아요. 단지 제 모습을 보여드린 건데 ‘의외네’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죠. 내가 만들어 낸 거니까요”그래서 일까, 그는 현재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긍하는 듯 보였다. 그 때 ‘캐릭터 변신을 통해 이미지를 확 바꾸면 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물론 수없이 도전했다’고 말하던 그의 의연한 태도는 되레 미안한 마음을 들게 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그 역시 이미지 변신을 위해 도전했지만 말 못할 아픔이 있었다.
“지금은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죠”"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작품을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감독님들도 결국에는 많이 망설이시고. 왜냐하면 제가 그런 모습을 못 보여드렸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한테는 도전인거잖아요. ‘만약에 내가 김혜성이라는 배우를 썼는데 안되면’ 그 사람들도 너무나도 큰 타격이죠. 그렇기에 그런 기회가 확실히 없었어요. 도전을 하고 있는데 항상 최종에서 결국에는 다음에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간 도전한 역할에는 싸이코 패스도 있었고, 남성스러운 성인 역할도 있었는데 외적인 부분에서 많이들 고민하셨죠. 얼굴에서 앳되니까 ‘너는 어떤 옷을 입혀놔도 조금 학생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상처받지 않고 인정하는 편인데 예전에는 그런 말들에 있어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나는 분명히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데 감독님이나 다른 분들이 ‘아니야, 넌 아닐 거 같아’라고 하시니까”“주위에서는 조언이라기보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평생할거면 나중에 결국 네가 교복을 입고 싶어 하는 날이 올 거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별로 공감은 안가요(웃음). 나는 그게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지금은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직 못 보여드렸다면 한편으론 예능 쪽에서 보여드리면 기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그 즉시 예능에 욕심이 있냐고 물었고, 그는 예능 쪽에는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운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 우울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자신과 예능은 거리가 멀다고 하지만,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은 얼마 못가 들통 나고 말았다.
“예능 욕심은 단 1%도 없어요”“얼마 전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에 대한 주위 반응은 굉장히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이나, 내 사람들이 제 일인데도 너무나 기뻐하더라고요. ‘그전에는 예능에 나가도 보이지도 않았는데 웬일로 보이냐’고 해주셔서 좋았어요. 봐주시는 분들도 ‘저 친구 쿨하게 인정할건 인정하고 대수롭지 않게 자기 강단도 있고, 괜찮다’는 반응이 있어서, 저는 물론 편하게 한 건데 좋게 봐주셔서 좋죠”“예능 욕심은 단 1%도 없어요. 예능을 물론 하고 싶은데, 성향상 조금 힘들더라고요. 워낙 낯도 많이 가리고,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려요. 이번 ‘라디오스타’ 출연도 우리 팀과 함께 나가서 한거지 전혀 모르는 사람과 나갔으면 웃고, 박수만 치고 왔을거에요. 토크보다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차라리 몸을 쓰거나 진찌 김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재밌을 거라 생각해요”그는 참 열심히도 달려왔다. 제대 후 약 2년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것마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도 어김없이 슬럼프는 찾아왔고, 쉽사리 가실 줄 몰랐다. 배우 생활에 찾아온 위기는 그를 철저히 혼자로 만들었다. 끝내 배우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자전거가 제 인생에 큰 힘이 되었어요”“쉴 때는 그냥 운동하고, 딱히 하는 건 없어요. 저는 제가 늘 가는 곳만 가요. 제가 생각하는 영역 밖에는 절대 안 나가요 (웃음). 내가 가고 싶고, 늘 익숙한 곳만 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러도 다니고 클럽도 다니고 놀아라’고 하는데 그게 안돼요. 차라리 혼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멍 때리다 한 두 시간 있다 오지, 어울리는 걸 안 좋아해요”“특히 힘들 때 자전거를 타면서 힐링을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일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이 일을 그만 둘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 자전거를 접했기 때문에, 자전거가 제 인생에 큰 힘이 된 거 같아요. 군대 다녀오고 나서 가장 큰 슬럼프가 찾아왔었어요. 다시 이쪽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 그 당시에는 혼자 별거 아닌 일에 상처를 받다 보니까. ‘나는 이 일이 안 맞아서 그만 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사무실에 이야기도 했었어요”“자전거와 복싱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어요. 처음에는 제가 하기 싫다고 집에서 술만 먹고 있으니까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면서 주위에서 운동을 권하더라고요. 우연치 않게 복싱이나 해보자 해서 했는데, 하다보니까 재밌었어요.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한창 꿈꿨었죠. 격한 운동을 좋아해요. 헬스보다는 부딪히는 운동이 좋아요“곱상한 외모와 부드러운 말투, 곱게만 자랐을 것 같았던 그는 거친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홀로 서울에서 떨어져 지내는 동안 온갖 고생을 했다며 웃음 짓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또 다시 배우를 택했을 거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아직까지 잘 견뎌내고 있어요”“아직까지 잘 이겨내고 있는 거 같아요. 수많은 좌절도 겪어봤고, 워낙 어릴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아서. 제가 서울에 왔을 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시간을 잘 이겨내고, 부모님 걱정 덜 되게 혼자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까 강인해 졌던 부분이 있죠. 잘 견뎌내고 있어요”“다시 돌아간다면 상황을 봐야겠어요. 너무 막 자랐거든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처음에 없었어요. 우연치 않게 인터넷으로 얼짱이 되고, 어떻게 하다보니까 된거죠. 가족들 말로는 제가 어릴 적에 ‘나는 배우가 될 거다’라는 말은 했었다는데 기억이 없어요. 부모님은 체조를 시키려고 하셨는데, 태권도를 그만둔 후 ‘난 뭘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연예인을 꿈꾸게 되었어요”어찌됐던 김혜성은 배우다. 그는 2005년 영화 '제니, 주노'로 데뷔해 어느 덧 10년 차 배우로 접어들었지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에 찬 목소리로, 매우 현실적고 단호한 말투로.
“발전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직업에 대한 불안함은 있는데, 계속 불안해하지는 않을 거에요. 급해봤자 나만 손해고. ‘해도 해도 나의 꿈이 실현이 되지 않으면 난 뭘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은 요즘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꿈만 가지고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아요. 되지 않은 일로 절대 ‘세월아 네월아’ 하지는 않을 거에요”“원 없이 도전해보고 나의 노력이 안 되면 그냥 접을 생각이에요. 주위에도 아직 꿈을 가지고 있는 형, 누나들이 있는데, 사람 생활이라는 게 꿈만 가지고 살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에는 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분명히 할 수 있는 게 있기 마련이에요”“그냥 지금은 계속 발전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디 가서 배우라고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연기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인정해줘야 배우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아직까지 배우라기보다는 배우를 꿈꾸는 사람인 것 같아요. 발전 있는 배우란 말을 듣고 싶어요. 현재 진행형이죠”<사진=민은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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