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20년 넘게 한 동네 이웃이었던 70대 노인들에게서 수억원의 곗돈을 모아 도망간 계주가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노인들에게 계를 들도록 유인한 뒤 곗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사기)로 계주김모(59ㆍ여)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6월과 12월 매달 200만원씩 25개월간 돈을 내면 계원들이 매달 5000만원씩 타는 ‘번호계’ 2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고모(77ㆍ여)씨 등 20명으로부터 곗돈 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번호계란 계원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목돈을 받는 계를 뜻한다.
후순위로 갈수록 이자가 붙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받는다.
김씨는 곗돈을 받을 순서가 된 계원에게 “급하게 돈을 먼저 타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순위를 뒤로 미루고 이자를 더 받으라”고 유도하는 수법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계원들한테서 거둔 돈은 김씨 자신이 운영하는 찜질방의 대출 이자와 개인 채무 등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여러 사람의 곗돈 지급일이 미뤄진 것을 수상히 여긴 계원들이 올 3월 자신을 경찰에 고소하자 다음 달 종적을 감췄다가 이달 10일 붙잡혔다.
피해자들은 김씨와 한 동네에서 20여년간 함께 살아 친분이 쌓인 김씨를 믿고 곗돈을 맡긴 60∼70대 여성 노인들이었다. 특히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생활 형편이 힘든 와중에 목돈을 마련하려고 계에 참여한 노인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곗돈을 들고 도망간 김씨가 그간 골프장을 출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곗돈을 지급할 능력이 없었지만 도피 직전까지도 계모임에 출석해 계원들에게 밥을 사면서 안심을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곗돈 사기는 오랫동안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쌓고 나서 이뤄지는 범죄인 만큼 계에 참여하기 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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