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노총이 26일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시장 개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4월 8일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 후 4개월여만이다. 최대 현안인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사정 간 논의도 재개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 고용절벽 사태가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번에는 반드시 노동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선언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특위)가 다시 가동된다. 정부를 대표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한국노총 등 노동계 대표들을 만나 대화 재개 시점과 논의사안 등을 조속히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위가 열리면 청년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명확화 등 노사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부터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우선 청년 실업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졸 이상의 고학력 실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과제다. 노사정위 결렬을 선언했던 노동계가 다시 복귀를 결정한 것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 3.7%의 2배가 넘었다. 6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10.2%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야할 과제다.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청년 실업은 더 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고,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명확화 등은 빠른 논의를 통해 입법이 추진된다. 근로시간의 경우 최대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기고, 통상임금도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을 보다 명확히 할 방침이다. 통상임금은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근로자가 받는 급여로 휴일근로, 연장근로 등 시간외수당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와 달리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두 가지 사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은 노사정 간 시각차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노사정위 대화가 재개돼도 이들 두 가지 사안만큼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업무부적응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가 도입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정부는 두 가지 사안을 노사정 의제에는 포함하되 중장기 과제로 미뤄 논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기간제근로자 등 비정규직 문제도 노사정 간 이견이 큰 사안이다. 특히 기간ㆍ파견제 근로자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 고소득자의 관리ㆍ전문직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 등은 노동계의 반발이 커 합의점을 찾으려면 오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사정이 세부적인 현안에 매몰되지 말고 노동개혁이란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정위가 재가동되는 것은 청년 실업 해소 등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하다는 점에 노사정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 등 시급을 다투는 현안부터 접점을 찾아나가되 이견이 큰 사안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