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판매 규모 9.2%나 급신장…올 상반기 1조7700억 역대 최대 ‘인생역전’ 유혹에 허탈·상실감도

사업이나 투자로 성공하기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도 어려운 불황기에 믿을 만한 건 ‘행운’ 뿐일까?

올 상반기 경기가 침체하면서 취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가운데 복권 판매규모가 10% 가까이 급신장하며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경제활동은 위축됐지만, 사행산업은 최대 호황을 구가한 셈이다.

31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내놓은 ‘2015년 상반기 복권 판매동향’을 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복권 판매액은 1조77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의 1조6208억원에 비해 9.2%(1492억원)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복권 발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류별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로또 등 온라인 복권이 6% 증가한 가운데 인쇄복권과 전자복권은 배 안팎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온라인 복권의 판매규모는 1조611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5201억원)에 비해 6%(910억원) 증가했다. 인쇄복권은 같은 기간 439억원에서 942억원으로 115%(503억원), 전자복권은 91억원에서 162억원으로 78.0%(71억원) 각각 늘었다. 반면 연금복권과 같은 결합복권의 경우 상품피로도가 증가하며 작년 상반기 478억원에서 485억원으로 1.5%(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돈을 벌 기회가 줄어들면 복권과 같은 사행산업에 대한 인기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운이 좋으면 큰 돈을 거머쥐어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대박의 환상’이 사람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복권판매 호조에 대한 기재부의 설명은 다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복권판매가 감소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복권 판매점 수의 증가, 연승식으로 당첨금을 높인 새로운 인쇄복권의 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복권 판매규모는 전년대비 0.4% 감소했다. 복권 판매가 지금까지 경제상황과 큰 관계없이 매년 5~6%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진했던 셈이다. 복권 판매점도 올들어 428개가 신설되는 등 늘어났다. 전체 복권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복권 판매점은 작년 6월말 6056개에서 올 6월말에는 6401개로 345개 늘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복권판매가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행운의 ‘한방’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컸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 기대는 한낱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사라지는 것이므로, 국민들의 허탈감과 상실감도 그만큼 컸을 것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