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들어 연말정산 파동에 이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잇따라 터진 악재로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들어 자신감을 되찾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년 가까이 끌어왔던 노사정 대타협이 성공한 데 이어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도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 예산 등 재정투입과 소비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내수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등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최 부총리에게는 ‘시련의 시절’이었다. 연초에 터진 연말정산 파동이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의 현실성 논란과 법인세 논란으로 확대돼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결국 들끓는 민심과 치솟는 직장인들의 분노에 세법을 개정해 연말정산을 소급 적용하는 사상 초유의 처방으로 일단 위기를 넘겼다. 정책 실패로 인한 타격은 컸다.
연말정산 파동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5월말에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국민적 공포심리로 경제활동이 위축됐고, 유통업과 자영업, 관광업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도 연초 이후 미끄럼을 타 경제수장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최 부총리에게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지루한 시절이었다. 메르스 사태에다 노사정의 공전을 비롯한 지지부진한 개혁, 8월에는 중국의 느닷없는 위안화 평가절하와 미국 금리인상 임박에 따른 신흥국 위기 우려 등 한국경제는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그러나 9월 들어 햇살이 비췄다. 9월13일 노사정 대타협에 이어 곧바로 S&P는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기재부는 역사상 최초로 무디스와 피치를 포함한 3대 신용평가기관 모두 역대 최고등급을 부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감을 얻은 최 부총리는 최근 부산과 대구의 ‘청년 20만플러스 창조일자리 박람회’와 충남 공주의 산성시장 등을 돌며 청년실업과 민생을 챙기는 경제수장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난 22일에는 일본과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 데 비춰 우리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화될 만큼 선방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연내에 국회로 복귀할 것이 확실시되는 최 부총리로서는 경제수장으로서의 마지막 시간이 매우 우호적인 셈이다. 그 동안 ‘내각에서 최 부총리만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달려온 그가 얻은 값진 수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외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제 경제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하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특히 당장의 경제상황은 물론 미래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며 장기저성장 국면으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다.
수출은 올들어 한달도 빼놓지 않고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가계 부채는 1130조원이 넘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 투입하다보니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작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10%를 넘나들고 있다. 고용불안에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민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재정 추가집행 여력이 위축돼 앞으로 재정의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국가신용등급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5~1997년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지금과 같은 AA-를 기록하다 외환위기의 수렁에 속절없이 빠졌던 경험은 신용등급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 부총리는 꽃다발을 받고 국회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경제활력과 구조개혁을 위해 뛰어온 성과이기도 하다. 반면에 그가 남겨 놓은 경제현실은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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