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결혼 이후 제가 없었어요. 나를 찾고 싶었어요.”
전미라는 유독 최선을 다했다. 시청률이 휘청하며 안방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등장만 하면 ‘대박’을 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다.
‘진짜 사나이’가 여군 특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군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시청자에겐 TV 속 여자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이들의 생고생 현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성했다.
여군특집이든 아니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출연 이유와 각오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로망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리라는 확신으로 출연한 연예인도 있었다.
전미라는 “나를 찾고 싶었다”고 했다. 세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인 전미라는 결혼 이후 자신은 없었다고 했다.
전 테니스 선수였고 현재 MBC 스포츠 플러스에서 해설위원을 맡고 있지만 세 아이를 키워내는 동안, 남편의 뒤를 묵묵히 지키는 동안 전미라에게도 대한민국 모든 젊은 엄마들과 같은 마음이 스몄다.
‘진짜 사나이’의 지난 6일 방송분에서 전미라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화생방 훈련은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일탈을 거듭하는 출연자도 있었고, 참다 참다 끝내 무너지고마는 출연자가 속출했다. 모두가 줄줄이 중도 포기를 할 때 전미라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채로 끝까지 버텼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전미라는 “목표는 하나였다. 그래서 끝까지 남았다”며 “나를 찾고 싶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의 삶은 수월하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아내와 엄마는 희생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누구라도 살았을 찬란했던 청춘은 어느새 빛 바랜 기억으로 남는다. 남편과 아이들의 뒤에서 자신의 꿈도 삶도 접어둔 채 현실을 산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케이블 채널 tvN ‘두 번째 스무살’ 역시 가정에 충실했던 젊은 엄마의 다시 찾은 스무 살을 드라마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배우 최지우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가정주부로 출연한다. 열아홉 어린 나이에 임신으로 결혼을 한 뒤 자신의 꿈을 잊은 채 남편과 아들 밖에 모르고 살았던 여주인공 하노라 역이다. 죽기 전 마지막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 입학한 학교에서 빚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다. 흥미롭게도 방송 3회차에 췌장암 판정은 오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지난 방송들을 통해 드라마는 가정에서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 하나 선뜻 할 수 있는위치에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것조차 얼마나 쉽게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드라마는 내내 경쾌하고 밝지만 하노라의 잃어버린 스무 살과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은 꽤 큰 공감을 주고 있다. 방송 4회차엔 이미 시청률 5%를 넘었고, 여자 10대부터 50대까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 방송 이후에도 전미라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프로그램에서 빚어진 일부 출연자의 행동이 도마에 오른 것과는 별개다. 한 시청자는 “방독면 뒤로 전미라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함께 울었다”고 했고, 또 다른 시청자는 “이제 진짜 윤종신 아내가 아니라 전미라로 기억됐다”고도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헤르만 헤세, ‘데미안’)이라고 했다. 누구나 그 길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이르지 못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 노력과는 무관하게 더 많이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미라를 향한 작은 응원들은 그 마음을 아는 또 다른 이들의 미안함과 공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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