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용인술(用人術)이 속도감을 더해 주목된다. 3월 들어서만 중량감 있는 장관(급) 인사를 세차례 연거푸 처리했다. 급기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키로 한 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박 대통령 본인이 직접 맡기로 했다. ‘일사천리’격 인사발표로 인해 박 대통령은 ‘함흥차사’식 인사를 한다는 꼬리표를 떼는 분위기다. 집권 2년차 국정 운영을 ‘스피디’하게 처리하겠다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걸로 읽힌다.

14일 박 대통령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성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내정했다.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이경재 현 위원장의 후임을 신속하게 낙점한 것이다. 이달 들어 이경재 위원장의 교체설이 돌긴 했지만, 이날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친박(親朴)인사로 분류되던 이경재 위원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곧바로 후임자를 정한 건 방통위 업무가 이동통신ㆍ종합편성 채널 등 정부의 중요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새로운 인물을 적기에 기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걸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경재 위원장의 연임실패는 문책성 경질이라는 분석이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날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의 수장인 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맡기로 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통준위 설치 구상을 발표한지 17일만에 본인 스스로 ‘셀프 인사’를 한 셈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통준위 구성을 놓고 정부부처간 이견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통준위장 자리를 놓고 적임자 물망에 오른 인물들의 물밑 작업도 진행되는 등 잡음도 없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박 대통령 스스로 통준위장을 맡고,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키워드의 하나인 통일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나가려는 포석이 깔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속전속결’ 인사 스타일은 이미 해양수산부 장관과 안전행정부장관을 임명하는 데서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 지난 7일엔 강병규 신임 안행장관을 내정했다. 유정복 전 장관이 6ㆍ4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지 이틀만의 결정이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할 때도 속도감 넘쳤다. 지난달 6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한지 엿새만인 같은 달 12일 이주영 장관을 내정한 것. 박 대통령은 지난 3일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이주열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를 내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만해도 내각이나 청와대 수뇌부 인사를 하는 데 있어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지난해 이정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한 뒤 박준우 정무수석이 임명되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같은 해 8월 26일 양건 전 감사원장의 자진사퇴로 공석이던 감사원장 자리가 채워지는데도 두 달이나 걸렸다. 대변인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말 사퇴한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36일 동안 공석으로 놔두다가 지난 5일 현 민경욱 대변인을 선택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어느 자리에 갈지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밖에 모르는 ‘극비’로 분류된다는 점에선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유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주요 자리에 오른 인사들 가운데 자신이 낙점됐다는 걸 청와대 발표 당일에 통보받은 사람이 적지 않은 걸로 안다”면서 “인사에 관한 한 박 대통령의 보안은 철두철미하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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