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티=김효태 칼럼니스트]성리학을 기본 이념과 체제로 삼았던 조선은 왕조국가이기 때문에 금상(현재의 임금)이 죽어야지만 다음 차례의 왕위 후계자가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다. 왕위 후계자라고 해봐야 대부분 왕의 아들이기는 했지만 권력이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다.영조와 사도세자의 경우가 그랬고, 조선 건국초기에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갈등도 그랬다. 그러므로 왕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왕위를 물려주는 행위인 ‘선위’는 상당한 정치적 소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일부 왕들은 선위파동을 통해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고 반대파들의 숙청에 활용했다.조선 임금들 중에 선위파동을 자주 활용한 왕이 선조이다. 우리 역사에서 폭군이 아닌, 못난 임금의 반열에서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못난 리더’의 표상으로 인식된 왕이다. 선조는 선위파동을 자신의 못난 리더십과 자신에게 불리한 정세 및 여론을 타개하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한 옹졸하고 무능한 군주였다.왜란이 일어나기 전에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다가 정작 자신은 도성을 버리고 도망만 다녔다. 심지어 나라와 백성은 버려두고 중국으로 망명까지 생각하다가 전세가 좋아지면 다시 큰소리치고, 또다시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희생양을 대리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를 반복하던 군주이다. 선조도 자신의 못난 꼴에 대한 신하들과 백성들의 눈초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위 쇼를 즐겨 사용했다. 문제는 그러한 선위파동의 시기가 한참 왜란이 진행 중일 때라는 점이었다. 백관과 백성, 임금이 하나가 돼 왜란을 이겨내도록 힘을 써도 모자란 상황에서 조정의 신하들을 선위파동 몽니에 시달리게 해버린다. 당연히 조정과 국가 시스템은 마비될 수밖에 없고 왜란에 시달리는 백성들만 불쌍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리더’라는 사람이 조직과 민초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몰라라하고 자신의 권력유지에만 몰두하여 쇼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스스로 벌인 것이다.아쉽게도 우리는 금년 가을에 그러한 모습을 또 한 번 보게 됐다. 바로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 당대표의 재신임 파동이다. 문재인 대표의 위기는 선조의 위기와 닮았다. 스스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 ‘계파 갈등을 없애겠다’ 등을 외치며 큰소리를 쳤지만 정작 당대표가 된 후에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를 당했으며, 계파갈등 역시 오로지 친노 계파만을 위한 편협성을 보이면서 갈등을 부추겼다. 더욱이 ‘성완종 게이트’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지만, 무슨 일인지 여당의 입장보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유야무야 넘겨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져야할 사항을 무마하기 위해서 자신의 전위부대 격인 ‘혁신위원회’를 통해 회피하며 대표직을 유지하다가 이윽고는 재신임 파동을 벌였다. 문제는 이러한 재신임 파동의 시기가 바로 국감 시기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표는 선조가 왜란 중에 선위파동을 일으킨 것과 다름없는 일을 벌인 것이다. 국정감사는 야당의 존재감과 실력을 보여줄 공식적인 기회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야당의 수권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으며, 야당에 스타 정치인이 발생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야당을 위한 절호의 시기이다.그런 중요한 시기임에도, 자신의 당대표직 유지 하나를 위해서 국감 전체를 날려버렸다. 야당다운 모습은커녕 무능한 야당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말았다. 억지 재신임 후에 최고위원들과 먹거리 잔치를 공개하는 이미지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이 와중에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 계파만을 위한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애매한 기준, 문제점 많은 정치인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조경태 의원’만 언급하는 졸렬함, 정치를 제도 개편으로 수정해보려는 아마추어적인 모습까지, 혁신 실패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서 지적했던 안철수 의원에게 혁신위원들은 ‘무례하다.’, ‘당을 떠나라’고 까지 하는 속 좁은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은 안철수 의원이 제시한 혁신안을 일부 활용했다. 이는 혁신위가 안철수 의원의 지적이 맞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혁신위 위원들은 안철수 의원에게 퍼부었던 발언들을 사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혁신위는 애초에 그렇게 주장했던 ‘육참골단’의 실행을 위해서 당대표에게 ‘대구출마’나 ‘호남출마’를 주장했어야 했다. 또한 혁신위원들도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험지 출마를 단행해야 한다. 조국 교수부터 대구에 출마하고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부산에 출마하며, 이동학 혁신위원은 자신이 비난한 이인영 의원의 지역구에 용감하게 출마해야 한다. 당대표와 혁신위원 자신들부터 몸을 사리면서 누구에게 ‘어디로 가라, 용퇴를 하라’라고 하는 것은 장기판에 훈수꾼이나 할 일이 아닌가?선조의 선위파동이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소동이나, 그리고 혁신위의 주장을 보면서 갑자기 필자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인기가수의 히트곡 가사가 생각난다. “Show!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그렇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순간만 있다. 대권 승리나 야권 개혁, 수권능력을 갖춘 유능한 야당의 모습 같은 것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내년 총선이 어찌될지 참 가관이다.‘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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