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입문 28년 최대 고비, 靑에 선전포고 속 국민공천제 고수 강경… ‘공천 악연’ 해법 이목 집중

“모욕, 오늘(9월 30일)까지만 참겠다.” 그 오늘이 지났다. 2015년 10월 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인생 기로에 섰다. 김 대표의 어제와 오늘은 다르다. 청와대에 선전포고했고 이젠 참지 않겠다고 했다. 승부수다.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지 28년. 긴 시간 숱한 굴곡을 버텨온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모든 걸 잃거나,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기로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대안으로 안심번호제를 들고 왔지만, 친박계와 청와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표면적으론 그렇다.

입은 오히려 강경했다.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또 “인신공격은 하지 말자.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국민공천제 역시 한발 양보한 듯하지만 핵심은 남겨놨다. 오히려 더 노골적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노리고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정작 전략공천을 대놓고 주장하는 친박계는 없다. 선수를 친 셈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다). ‘살(안심번호제)’를 내주는 대신 ‘뼈(전략공천)’를 끊겠다는 듯하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강경함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7월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 수차례 청와대와 마찰을 겪었다. 그 때마다 김 대표는 물러섰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개헌 봇물’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의 반발에 하루 만에 “제 불찰”이라며 고개 숙였다.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때에도 다르지 않다. 결정의 순간에 유 전 원내대표가 아닌 청와대 손을 들어줬던 김 대표다.

김 대표의 입장 변화는 그만큼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방증이다. 국민공천제에 정치인생을 걸겠다는 공언엔 퇴로가 없다. 정치인생을 건 명분이다. 이미 마약 사위 논란으로 난관에 빠진 김 대표다. 더는 물러날 곳도 없다.

김 대표와 공천제는 악연(惡緣)이다. 18대 국회에선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고, 19대 국회에서도 계파에 밀려 낙천했다. 김 대표 정치인생의 고비마다 공천제가 걸림돌이 됐다. 이제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 계기도 공천제에 달렸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