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외롭다. 권력은 피와 눈물의 다른 말이다. 손에 쥔 칼은 화려하지만 그 칼엔 반드시 누군가의 피를 묻혀야 한다. 국회의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권력은 공천이다. 선거 승패는 신계, 하늘의 뜻일지라도 공천 승패는 인간계, 즉 ‘룰’의 영역이다. 한국 정당사를 어지럽게 만드는 계파 갈등도 모두 공천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 공천특별기구 위원장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공천 룰을 움켜질 권력인데 정작 물망에 오르는 인물마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위원장직을 맡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절 이유를 밝혔다. 앞서 후보에 오른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중량감 있고 정치 역량 있는 분으로 모셔야 한다”며 위원장직을 고사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6선의 강창희 의원도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권력을 움켜쥘 자리, 이를 너나 없이 고사하고 있는 현실은 이 권력이 얼마나 위태한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비박계가 맡아도 친박계가 맡아도 마찬가지다. 사생결단으로 덤빌 기세니 칼을 쥐어도 두렵다. 이주영 의원은 위원장직 고사 뜻을 밝히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 모두의 바람이겠지만 공천 룰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누구나 승복할 룰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러니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는 기류까지 나온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후보 중 누가 맡아도 무방하다”며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대화가 부족했고 절차적 문제에서 감정싸움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출구전략이다. 독이 든 성배다. 아니, 누가 맡아도 큰 상관이 없다면 ‘성배’인지도 의문이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 현실도 안타깝지만, 누구든 맡아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피 흘릴 각오 없이 임명될 위원장직이라면 독은커녕 성배란 말조차 사치다.